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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0주년 앞두고 큰 선물… 함께 뛴 모두의 승리"

입력
2015.04.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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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봉황대기 우승팀 경북고 박상길 감독.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제43회 봉황대기 우승팀 경북고 박상길 감독.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22년 만입니다.” 박상길(48) 경북고 감독은 28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충고와의 결승에서 10-1로 승리한 뒤 인사를 건네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봉황대기 우승도 1981년 이후 34년 만이지만 경북고가 전국대회에서 22년 만에 정상에 섰다는 사실은 낯설었다. 1916년 개교와 함께 창단한 경북고는 내년 100주년을 맞는다. 우승 직후 수 백통의 축하 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박 감독은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100주년을 앞두고 우승을 해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닮은 경북고의 와신상담

1993년 경북고는 이승엽(삼성)의 활약을 앞세워 청룡기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후 기나긴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우승후보로 꼽히고도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것만도 수 차례. 전력도, 학교 지원도 약한 팀이 아니었다. 박 감독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적이 많았다”면서 “그건 훈련으로도, 전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이 2002년에서야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지금은 사상 첫 통합 4연패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처럼 경북고도 봉황대기 우승으로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다. 박 감독은 “학교도, 감독들도,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했기에 오늘이 있다”고 흐뭇해했다.

최충연ㆍ박세진의 팀 아닌 모두의 우승

경북고가 낳은 히트 상품은 단연 최충연과 박세진의 ‘원투펀치’다. 최충연은 이번 대회에서만 4승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왼손 에이스 박세진은 평균자책점 0에 탈삼진 41개의 괴력을 뽐냈다. 대회 전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두 선수에만 의존하는 팀 아니냐”는 시기와 질투도 잇따랐다. 박 감독은 “4강도 아니고 무조건 우승만 생각했다”면서 “위기 극복 능력이 뛰어난 팀도 아니었기에 조금의 빈틈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두 선수 위주로 총력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박 감독은 우승 직후 선수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한, 두 사람의 우승이 아닌 모두의 승리다. 1, 2학년들이 잘 받쳐줬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3학년 선수들도 열심히 도와줬다.”

다시 뛰는 경북고 어게인 1981

경북고와 계명대를 거친 박 감독은 선수 생활을 일찍 접고 2000년 모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33세였다. 2005년 지휘봉을 반납하고 야구계에서 잠시 떠났다가 2013년 복귀했다. 경북고 역대로 감독을 두 차례 역임한 사람은 박 감독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그 때는 패기만 가지고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마음의 고향은 늘 야구였기에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준비와 공부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8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모교의 우승 소식에 “이게 몇 년 만이고?”라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 감독은 경북고의 마지막 봉황대기 우승(1981년) 주역이다. 류 감독과 성준(삼성 코치), 문병권(전 LG)을 앞세운 경북고는 1981년 전국대회 4관왕을 독식했다. 박 감독은 “봉황대기로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1981년의 아성에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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