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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in정글] 꽉 잡혔어! 캔디크러쉬소다에 중독되다

입력
2015.04.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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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진주 기자는 2년도 훨씬 더 된 아이폰5 16G를 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앱을 써 보는 게 취미인 최 기자의 폰에서는 새 앱을 받기 위해 헌 앱을 지우는 일이 날마다 벌어집니다. 꼭 필요하거나 정말 좋은 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글' 같은 스마트폰 속에서 열흘 이상 살아남은 알짜 앱만 소개합니다.

(1회) 캔디크러쉬소다

홈페이지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게임의 첫 번째 열풍을 몰고 왔던 '애니팡'과 '애니팡2'은 사실 해외 게임 '비주얼드(Bejeweled)'와 '캔디크러쉬사가'를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요즘에야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뭐 하나만 히트하면 바로 아류작이 나오니 "무슨 게임을 표절했다"는 얘기를 들어도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되었죠. (사실 캔디크러시사가 자체도 2010년 나온 캔디스와이프란 게임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으니 '매치 쓰리(match 3)' 형식의 게임은 표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애니팡(왼쪽)과 캔디크러시사가(오른쪽)
애니팡(왼쪽)과 캔디크러시사가(오른쪽)

캔디크러쉬사가를 만든 영국 게임회사 킹(King)이 만든 후속작이 '캔디크러쉬소다'(이하 ‘캔크소’로 표기)인데요, 올해 3월 한국에도 정식으로 출시돼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중독돼 있습니다.

16기가란 용량 제한 때문에 꼭 필요한 앱을 제외하면 가차없이 삭제되는 제 스마트폰 속 ‘앱 정글’에서 4월 말 현재 살아 남은 게임은 겨우 2개. 그중 하나가 캔크소입니다. 퇴근길에, 잠자기 전에 저절로 손이 가다 보니 설치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당당하게 남아 있습니다.

날 지우지 마세요~ 덜덜덜 떨고 있는 앱들
날 지우지 마세요~ 덜덜덜 떨고 있는 앱들

같은 색깔의 블록 세 개를 모으면 사라지는 단순한 규칙으로 만든 캐주얼 게임을 '매치 쓰리' 게임이라고 부르는데요, 수많은 매치 쓰리 게임 중 캔크소가 단연 인기를 모으는 비결은 과연 뭘까요? TV광고까지 퍼부어대는 물량공세 때문? 글쎄요. 솔직히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걸그룹까지 동원한 국산 게임들에 비하면 덜하지 않나요.

그리고 광고의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다운 받을 때'에서 끝납니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지워지는 앱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중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캔크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1. 달달하다!

지금은 하도 많이 해서 감각이 무뎌졌지만, 처음 캔크소를 받아 할 때만 해도 입에서 저절로 침이 고이는 걸 경험했습니다. 캔디크러쉬사가도 그랬지만 이번엔 훨씬 더 달달합니다. 소다가 터질 때의 상큼함, 사탕이 터질 때의 달달함이 깜찍한 그래픽디자인과 음향효과를 통해 너무나 잘 구현돼 있습니다. 마지 성대에 꿀을 바른 것처럼 매끄러운 성우의 목소리도 한몫 하고요. 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정말 달다'는 미각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얼마나 될까요?

2. 다양한 아이템

매치 쓰리 게임에서 '통쾌함'을 느낄 때는 특수아이템이 연속으로 터질 때지요. 캔크소에서는 가로세로 2개씩 4개가 터질 때 생기는 물고기 아이템, 4개가 일렬로 터질 때 생기는 줄무늬 아이템, 5개가 터질 때 생기는 폭탄 아이템, ‘ㄱ’ 또는 ‘ㄴ’자 모양으로 놓인 5개의 아이템이 터질 때 생기는 네모 사탕 모양 아이템 등 매우 다양한 아이템이 통쾌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캔크사에서도 있었던 아이템이 많지만 가로세로 2개씩 4개가 터질 때 만들어지는 물고기 아이템이 생기면서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꽉 막힌 듯 어려운 판에서 우연인지 실력인지 여러 개의 아이템이 동시에 터지면서 캔디가 폭발하고 게임을 승리할 때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캔디아이템 폭발!
캔디아이템 폭발!

3. 적절한 난이도의 레벨 디자인

캔크소 같은 퍼즐형 캐주얼 게임은 개발하기가 쉬운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수백개의 레벨(판)을 만들면서 모두 도전할 만하게 게임을 디자인(그래픽 디자인이 아닌 기획을 말합니다)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아류작이 있어도 어떤 게임은 성공하고 어떤 게임은 영원히 아류작으로 남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캔크소는 각 레벨이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딱 적당하게 디자인돼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조금 해 보면 다음 수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머리를 쓰도록 유도하면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캔크소의 다양한 아이템이 역할을 합니다. 어려운 레벨에서 몇 번을 실패하더라도 우연히 한번은 아이템 덕분에 성공하게 돼 있어 계속 도전하게 됩니다. 벌써 300레벨이 넘어 끝판에 도달한 사람이 있을 정도죠.

물론 이렇게 '운'으로 어떻게든 깰 수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진정한 실력'을 겨룰 수 없다는 건데, 전 그래도 실력으로 안 되면 운으로라도 돌파할 수 있다는 게 인생에 희망도 주고 좋더라고요.

캔디크러시소다 끝판
캔디크러시소다 끝판

4. 욕심 덜 부린 인앱결제

‘인앱 결제’란 앱을 처음 받을 때는 무료로 받지만 게임을 하는 도중에 아이템이나 다음 에피소드를 구매하는 식으로 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대부분 게임 개발사들이 앱 자체에 정가를 매기기 보다는 ‘무료 받기 후 인앱 결제’ 모델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인앱 결제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은 게임의 난이도에 아이템 결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즉 돈을 쓰는만큼 게임이 쉬워지는 방식인데요, 이건 게임이 던지는 도전 과제를 스스로 풀어야 할 의욕조차 없애버립니다. 더 심각한 건 그걸 엄청나게 낮은 확률의 ‘가챠’(뽑기 아이템)로 푸는 경우죠.

닌텐도 패미컴(한국명 패밀리) 시절부터 게임을 했던 오랜 게이머로서 모바일 게임의 인앱 결제에 대해선 참으로 할 말이 많지만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캔크소만 보면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두 개의 블록을 터뜨리는 ‘사탕 아이템’. 어려운 판에서 딱 한 개 차이로 아깝게 질 것 같다든지 할 때 쓰는 아이템이죠. 꼭 필요한 사람은 쓰고 저처럼 ‘뭐든지 내 힘으로’ 깨려는 사람은 안 쓰면 됩니다.

두 번째는 ‘애니팡’이 ‘캔크사’에서 차용했던 ‘하트’. 다섯 번까지 게임을 도전할 수 있지만 하트가 소진되면 친구한테 받거나 하트를 구매해야죠. 하트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인앱결제가 부담이 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데스크톱PC에서 '매치3' 게임을 하나 사면 횟수 제한 없이 몇 번이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하트 제한을 오히려 과도한 중독 방지 용도로 쓰고 있어서 역시 결제한 적이 없네요.

세 번째 결제는 에피소드 넘어가기인데요. 예를 들어 50판을 끝내고 51판으로 넘어갈 때 자물쇠를 잠그는 식입니다. 친구들의 힘을 모아 열 수도 있지만 빨리 다음판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결제를 하면 되지요. 저는 여기서 지갑을 열었습니다. 여태까지 재미있게 했으니 조금의 보답이랄까요.

5. ‘추천’은 충분히 재미를 누린 다음에

요즘 모바일 게임을 보면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추천해 달라, 평가해 달라, 별점을 매겨달라는 알림이 뜹니다. 하긴, 별점이 높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으니 개발자의 안달 난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뭘 해 봐야 재미있는지 아닌지 평가를 하죠.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캔크소의 경우 30레벨이 넘어간 시점에 처음으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즐기고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할 시점이죠. 별 다섯 개를 당연히 클릭하게 됩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그런데 너무 칭찬 일변도인 것 같아 단점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역시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 하트 5개 제한이 안 걸려 있었다면 큰일날 뻔 했어요. 너무 장점만 써서 ‘광고 아니야’ 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광고 아닙니다. 게임 담당기자도 아니어서 킹 관계자한테 보도자료 한번 받은 적 없어요. 오해는 금물. 모바일 게임에서 이 정도 완성도가 있으면서 지갑도 많이 안 털어가는 게임은 오랜만이었으니까요. 이런 게임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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