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개혁과 무리한 연계,
국가재정 추가 투입액 2065년까지 664조 달할 것"
박 대통령 수정 요구 가능성 / 여야 '50% 문구' 다른 해석도 논란
청와대는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타결에 대해 3일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청와대와 정부는 특히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실무기구의 이름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덜컥 합의한 것을 ‘대책 없는 월권’이라고 보고 있다. 또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과감한 개혁과 거리가 먼 것도 청와대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에 건강을 추스르고 4일 업무에 복귀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여야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靑ㆍ政 “여야가 국민연금 강화 단정적으로 약속할 권한 있나”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최종 타결 지으면서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50%로 한다”는 문항을 존중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야당이 요구한 내용으로, 2007년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따라 2008년 50%였던 소득대체율은 매년 0.5%씩 깎여 2028년까지 40% 수준으로 내려가게 돼 있는데 이를 다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시켜 무리한 약속을 하면 안 된다”고 여당에 여러 차례 반대 사인을 보냈지만 먹히지 않았다.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여야가 재정계획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현재 수입ㆍ지출 구조로도 2060년 이후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민연금 가입자 2,000여 만 명의 연금 수급액을 높이려면 국민이 매달 내는 연금보험료를 올리거나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가재정 추가 투입액이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지 않은 액수로만 2065년까지 약 664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하는 액수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소득대체율 50%을 맞추려면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8%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며 “연금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결국 누가 감당할 것인지 여야가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강화 약속 표류 가능성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 등을 논의하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해 합의안을 만든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시간표를 짰다. 그러나 여야가 벌써부터 ‘50% 인상’ 문구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아 진통을 예고했다. 공무원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50%는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할 잠정 목표치”라며 “야당이 강하게 요구해 50%를 명시하긴 했지만,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는 소득대체율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노인빈곤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려면 소득대체율 50% 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와대가 이에 반대하는 것은 여야의 대타협 정신에 반하는 속 좁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로선 여야의 ‘50% 약속’이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분과 연금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발ㆍ국가재정 부담 증가라는 현실 사이에서 논란을 반복하다 제대로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대통령이 4일 여야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는 이번 논란의 방향을 가르는 첫 번째 변수가 될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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