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적극적 행정자세도 요구
"여태까지 하도 힘들어서" 꼬집기도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규제개혁 성과와 진행상황을 깐깐하게 캐물었다. 규제개혁이 경제활성화의 필수 요건이라 보는 만큼 끝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원 클릭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연하자 “우리 국민과 외국인이 어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실한 말씀인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이제 가능한 것인가”라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아이디ㆍ비밀번호를 저장해 두면 마우스 클릭 한 번 만으로 결제가 끝나게 한 것으로, 상품구매 때마다 보안 프로그램인 공인인증서ㆍ액티브X가 뜨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규제 개혁 사례다. 지난해 3월 1차 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를 막는 예로 꼽은 뒤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챙겼지만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여태까지 (관련 규제개혁이) 하도 힘들어서…”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경쟁 국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 중 하나가 공무원들의 규제 관련 소극적 행정 자세이므로 공무원들이 보다 절실하고 사명감 있는 태도로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갈라파고스 규제(세계적 경향과 동떨어져 특정 지역ㆍ국가에서만 시행되는 규제)’의 폐해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독특한 방식의 규제가 외국 투자자들의 국내 사업비용을 늘리고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는 규제 포털(정부의 규제개혁 업무 처리 인터넷 사이트)에 미리 올려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필요한 내용을 걸러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외국투자기업 대표들도 갈라파고스 규제 문제를 지적했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한국에만 있는 규정들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나고 있고, 규제가 사전 협의나 안내 없이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건강을 아직 회복하지 못해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회의 중 1부만 주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시간 넘게 회의를 연이어 주재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서실에서 건의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1부 회의에서 목이 쉬어 “목소리가 이상하죠? (인두염 등 증상이) 잘 떨어지지 않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 2차 회의 때는 각각 7시간과 4시간에 걸쳐 이어진 회의 내내 자리를 지켰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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