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데이터 선택 요금제 첫선 / SKTㆍLGU+도 다음주 출시
통화량 많은 이용자에 유리하지만 현행 요금보다 데이터 제공 줄어
앞으로 LTE 이용자들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이용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에 이동통신서비스가 등장한 지 약 30년 만에 무게 중심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음성ㆍ문자 사실상 전면 무료화
KT는 8일부터 LTE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월 요금이 달라지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어떤 LTE 요금제를 선택하든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료다. 단 월 2만9,900~4만9,900원 요금제의 경우 이동통신끼리 통화하는 경우는 무료이지만 유선전화와 통화할 때는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월 5만4,900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유선 통화까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KT는 새 요금제 도입으로 1인당 월 평균 3,590원, KT LTE 이용자 1,000만명을 기준으로 연간 4,304억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다음주 중 KT와 비슷한 내용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요금제를 고를 때 데이터만 따져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요금제에 따라 음성, 문자, 데이터 제공량이 천차만별이어서 셈법이 복잡했다.
KT의 새 요금제에선 월 2만9,900원 요금제의 경우 300메가바이트(MB)를 기본 제공하고, 3만4,900원부터 5,000원당 1기가바이트(GB)씩 늘어난다. 5만9,900원 이상 요금제는 데이터까지 무제한 쓸 수 있는데, 기본 제공량을 다 쓰면 하루에 2GB를 속도 제한없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KT는 남은 데이터를 다음달로 넘기거나 다음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당겨쓸 수 있는 ‘밀당’(밀고당기기) 서비스도 도입한다. KT는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량이 매달 평균 45%씩 차이가 난다”며 “데이터 이월에 더해 당겨쓰는 것까지 가능해지면서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통화 품질이 아닌 데이터 서비스 경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실제로 KT는 이전까지 요금제 별로 품질에 차별을 뒀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모든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4만9,900원 이상 요금제 이용자에게는 실시간 TV와 영화 8만여 편을 볼 수 있는 ‘올레tv 모바일’(월 5,000원)을 무료로 제공한다.
타사 대비 좋은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한편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숨은 전략이다. 여기 맞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데이터 이용을 늘릴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의 음성통화 무료 제공이라는 파격 전환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컴퓨터대신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톡ㆍ라인 등 모바일메신저가 메시지 뿐 아니라 인터넷 무료통화까지 지원하면서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통화ㆍ문자의 필요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이통사의 망을 빌려서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까지 도입돼 이통사들이 더 이상 통화ㆍ문자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통화량 많은 사람에게만 유리
새 요금제가 누구에게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용자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을 더 지출하게 될 수도 있다.
우선 통화량이 많은 이용자에겐 새 요금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통화 이용이 적을 경우 비슷한 가격대 요금제로 바꾸면 오히려 데이터만 줄어들 수 있다. 현재 KT는 KT 이용자 간 무료 통화와 데이터 2.5GB를 월 4만1,000원에 제공하는데, 새 요금제에선 무제한 무선 통화와 데이터 2GB를 3만9,900원에 제공한다. 약 1,000원 차이로 KT 내에서 모든 통신사로 무료 통화가 확대되는 대신 데이터는 0.5GB 줄어든다.
또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2세대(G)나 3G 이용자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새 요금제 도입이 2G와 3G 이용자들을 LTE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KT는 새 요금제서 4만9,900원 요금제 이용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전체 이통시장에서 2, 3만원대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가요금제 이용자 중 상당수 고가요금제로 이동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통사들에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가 장기적으로 고가요금자를 늘려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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