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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대중영합의 유혹

입력
2015.05.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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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유화적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 여름 돌연 독도 방문을 강행한 건 외교 대신 ‘국내 정치’를 선택한 결과였다. 아베 일본 총리의 우경화 폭주 여건을 마련해준 게 저 비(非)외교적 포퓰리즘(대중영합)이란 것이 우파 일부의 분석이다. 사진은 방문 당시 독도 주둔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주변을 살피는 이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에 유화적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 여름 돌연 독도 방문을 강행한 건 외교 대신 ‘국내 정치’를 선택한 결과였다. 아베 일본 총리의 우경화 폭주 여건을 마련해준 게 저 비(非)외교적 포퓰리즘(대중영합)이란 것이 우파 일부의 분석이다. 사진은 방문 당시 독도 주둔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주변을 살피는 이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물론 밉다. 파렴치한과 상종하기 싫다. 국민 일반 정서다. 선출된 권력이 거스르긴 어렵다. 쉽지만 무력한 게 외면이다. 극단적 외교는 형용모순이다. 시장에선 냉철해야 하는 법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의 사죄 없이 한ㆍ일 관계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위안부에 대한 사죄 없이 정상화의 수순을 밟는 것이 정치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처럼 세월호로, 총리와 총리후보의 잇단 낙마로, 수많은 전·현직 고위관리와 정치인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성완종 스캔들로 인기가 바닥을 기는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 박 대통령은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위안부와 역사 문제에 더 이상 얽매여 일본을 계속 외면하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도 고립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달 반둥회의에서 아베와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대화를 하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은 위안부와 역사 문제를 별도의 트랙 위에 올려놓고 아베를 만나 안보ㆍ경제ㆍ문화 분야의 관계 정상화를 논의해야 한다. 일본의 혐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아베의 역사수정주의와 군사대국 노선을 아무리 비난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머지않아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거기가 한ㆍ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위안부에 대한 사죄를 거부하는 아베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춤을 춰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장기집권이 보장된 아베를 상대로 실용주의 외교를 펴야 한다.”

-악마와 춤을(중앙일보 기명 칼럼ㆍ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 전문 보기

“아베 정권은 왜 그리도 염치 없느냐고 남 탓만 할 게 아니다. 지금 우리를 옥죄는 외교 고립의 딜레마는 상당 부분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 정치권력과 외교 마피아들이 ‘외교’ 대신 반일(反日) 포퓰리즘의 ‘국내 정치’를 한 결과가 자승자박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첫 단초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대일(對日) 강경책이었다는 데 이견(異見)을 다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 폼 나는 ‘일본 훈계(訓戒)’ 퍼포먼스 덕에 지지율이 올라가자 이 대통령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의 혐한(嫌韓) 심리를 폭발시킨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렇게 우경화 여건이 조성된 직후 총리에 오른 아베로선 이 대통령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 같다. 1975년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 논문은 로마제국의 쇠락 원인을 ‘빵과 서커스’로 요약했다. (…) 대중이 권리만 주장하고 엘리트가 대중의 비위를 맞추려 할 때 그 사회는 자살 코스로 접어든다. 로마는 활력 없는 ‘복지국가’와 태만한 ‘레저사회’로 변질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 인류 역사상 출현했던 모든 국가와 문명이 자체 모순 때문에 스스로 몰락했다. (…) 빵은 무상복지, 서커스는 포퓰리즘을 상징한다. (…) 지금 우리의 문제는 눈앞의 이익만 취하려 하는 근시안적 이기주의다. 증세(增稅)를 거부하면서 복지를 원하고, 다가올 재정 파탄엔 눈감은 채 당장의 몫을 더 달라고 한다. (…) 지금 우리 사회엔 미래는 없고 현재만 있다. 미래를 준비하며 국가 전략을 짜야 할 정치ㆍ관료 엘리트들은 인기에만 영합하며 문제를 눙치고 있다. (…) 지금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일본의 우경화도, 중국의 팽창주의도 아니다. 병리(病理)를 알면서도 치유할 힘을 잃은 자기 해결 능력 상실이 더 문제다.”

-‘빵과 서커스’의 自殺 코스(조선일보 기명 칼럼ㆍ박정훈 디지털뉴스본부장) ☞ 전문 보기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실체를 드러낸 ‘미-일 신밀월 시대’는 국제 문제에 어느 정도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 두 나라가 이렇게 군사ㆍ경제 양면에서 중국 봉쇄에 힘을 쏟으면서 우리 외교가 매달렸던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외교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 일본발 외교 위기는 피하거나 허장성세를 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세를 냉철하게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실리를 위해 명분을 과감하게 후퇴시키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 먼저, 역사 문제를 일본 문제 해결의 입구로 삼는 원리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역사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를 전면 중단하기엔 역사 이외의 몫이 너무 크다. ‘역사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미-일 신방위지침에 대해서도 ‘역사 반성 없는 일본의 한반도 개입 반대’라는 심정론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우리 안보는 지금 상당 부분 미군에 의존하고 있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유기적으로 연동해 대응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 이런 걸 생각하면, 일본의 원활한 미군 지원이 오히려 우리 안보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박 정권이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사실상 무기 양도한 상태여서,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개입을 원할 때 반대할 힘도 없다. 일본의 개입이 싫다면, 미군 의존도를 줄이는 체제를 구축하든지, 최소한 전시작전권을 찾아오는 수밖에 없다.”

-‘일본발 외교 위기’ 탈출법(5월 5일자 한겨레 기명 칼럼ㆍ오태규 논설위원실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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