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양심 탓 허위 내용" 공방 치열
청사 12층 전체 출입통제 삼엄
“검찰이 결론을 미리 내린 게 아니다. 다만 객관적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검토한 결과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이 있었다.”(문무일 팀장)
“사실무근임을 소명할 테니 법리대로 판단해 달라.”(홍준표 경남지사)
8일 오전 9시58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1208호 특별조사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61) 지사가 들어섰다. 잠시 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이 곳을 찾아 소파에서 대기하던 홍 지사와 10분가량 티타임을 갖고 조사배경과 진행방식을 설명했다. 경남도 행정을 책임지는 거물급 인사에 대한 일종의 예우였다. 지난 한 달간 정국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첫 피의자 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조사가 이뤄진 1208호는 원래 서울고검 형사부 검사실이었으나 이번 수사 착수와 함께 특별조사실로 바뀌었다. 대선자금 의혹과도 결부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해 기존의 조사실을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마련한 것이다. 심지어 청사 12층 전체를 수사팀 일원이 아닌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했을 정도다.
본격적인 조사는 오전 10시17분부터 이뤄졌다. 검찰 측에선 지난달 15일 수사팀에 파견된 손영배(43ㆍ사법연수원 28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과 평검사 1명, 참여계장(수사관) 1명 등 총 3명이 나섰고, 홍 지사의 변호를 맡은 이혁(52ㆍ20기) 변호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입회했다. 검사가 둘씩이나 조사에 임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인데, 손 부장검사는 홍 지사를 상대로 피의자 신문을 직접 진행했다. 통상 부장검사 급은 과거 대검 중수부 시절을 제외하곤, 피의자나 참고인을 대면 조사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손 부장검사(연세대 법대)와 홍 지사(고려대 법대)의 출신학교 맞대결이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끌었다. 검찰 주변에선 “연수원 기수가 한참 위인 홍 지사(14기)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연세대 출신에게 조사를 맡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두 사람 사이에선 불꽃 튀는 공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1년 6월 1억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생전 폭로와 ‘돈 전달자’인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일관된 진술을 토대로 홍 지사를 집중 추궁했고, 홍 지사는 “앙심에서 비롯된 허위 내용”이라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가 하고 싶은 말을 상세히 했고, (알리바이 입증을 위한) 관련 자료도 많이 들고 와서 제출했다”며 “조사는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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