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은 올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자산 운용 실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실제 수익률이 추정 기금운용수익률(5년 주기로 재정추계 작업)보다 매년 1%포인트만 낮거나 높으면 기금 고갈시점이 5년 단축되거나 8년 연장되는 효과가 생길 정도로 민감도가 큰 점을 감안할 때 기금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09년 10.41% 수익을 올린 후 수익률이 하락 추세다. 2013년 수익은 4.2%로 일본 공적연금(GPIF)의 18.5%,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16.5%과 비교해 저조하다. 때문에 투자 안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고위험ㆍ고소득 헤지펀드에 기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의결하기도 했다.
올해 2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기금의 99.8%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나 공사가 발행한 국내 채권 투자 비율이 59.2%다. 때문에 글로벌 위기 등 우리 경제가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기도 하지만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라는 세계 최대 연기금을 쌓아놨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제대로 된 주주권 행사도 하지 않을뿐더러 건실한 중소기업 투자 등에는 인색하다”며 “경제에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배분 등 기금운용의 중요 사안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부실도 지적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대표 5인과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 대표 3인, 지역가입자 대표 6명, 관계전문가 2인 등 20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표성에 방점을 둬 기금운용 전문성과 심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들의 지난해 회의 출석률은 65%에 불과했다. 올해 2월 열린 첫 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장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불참하는 등 정족수 미달로 의결 자체가 보류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부실 자산 운용사로 지적받은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배정하는 등 자금을 위험하게 굴린 사례도 확인돼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투자 투명성 요구도 거세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어 부실 사례 점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투자 전략 노출을 우려해 부동산 투자의 경우 언제 뭘 샀고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 지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성 논란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공사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 중간 연구 결과’ 토론회를 지난달 열고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기금운용위가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대안이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기금이 단일한 투자전략으로 움직이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복수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해 경쟁 구조를 만들어 전문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현재 기금운용위에 기금 운용 전문가 몫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권순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사로 독립한다 해도 투자인력을 급격히 충원하는 시스템도 아니고, 결국 운용의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서 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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