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톤급 잠수함 건조 예정 불구
2023년이나 돼야 작전 투입 가능
美 핵잠수함 전진 배치도 거론
사드 등과 안보비용 급증 부담
北 '성동격서' 도발 가능성도…
잠수함 장기 은폐 등 기만전술 우려
비대칭전력인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고조되면서 우리 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군 당국은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대비태세에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北 SLBM 개발 후 대응전력 공백 불가피
잠수함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은 잠수함이다. 바다 위나 상공의 탐지장비가 수중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반면, 수중에서는 근접 추격해 격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군은 현재 최신예인 214급(1,800톤) 잠수함의 두 배 정도 되는 3,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문제는 배치 시기다. 2020년에 해군에 인도하면 3년 후쯤에야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앞으로 SLBM은 최장 3년 이내, 수중 발사대인 신포급(2,000~2,500톤) 잠수함은 5년 안에 전력화할 것으로 국방부는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이전에 모든 개발과 실전배치가 끝난다는 얘기다. 우리 군의 3,000톤급 잠수함보다 3년 정도 앞선다. 그나마 3,000톤급 잠수함은 북한 잠수함과 달리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도 없다. 따라서 SLBM에 맞설 수중전력의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국방부는 12일 “대북 선제타격용인 ‘킬 체인’과 탄도탄 요격용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의 작전범위를 해상으로 확장해 억제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킬 체인과 KAMD는 당초 지상의 미사일과 발사대를 겨냥한 무기체계인 만큼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두 가지 모두 개발 목표가 2020년대 중반까지여서 SLBM 배치시점보다 한참 늦다.
● 美 핵잠수함 배치하면 안보비용 급상승
사실상 무한대 잠항이 가능한 미국의 핵잠수함을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의 이동을 길목에서부터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이 물 속 어디에서 미사일을 쏠 지 애태우지 않아도 된다. 간간이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하기 때문에 위치가 노출되는 우리의 디젤잠수함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문제는 반대급부로 지불해야 할 안보비용이다. 한미 양국은 2018년 새로운 분담금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고, 미국은 2019년까지 해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SLBM 전력화 시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안보불안을 이유로 우리가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수중에서 북한의 SLBM 공격을 온전히 막아내기에 우리 군은 역부족이다. 이에 군 당국은 지구정지궤도에 6대를 띄워놓은 조기경보위성(DSP)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24시간 추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DSP는 열 발생을 추적하는 방식이어서 물 속에서 이동하는 잠수함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 작전투입 고작 2대, 해군 이지스함 배치 어쩌나
SLBM 시험발사로 북한 위협의 축이 서해에서 동해로 옮겨가면서 해군의 이지스함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골칫거리다. 이지스함은 북한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고 요격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우리 군은 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정비물량을 제외하면 최대 2대를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해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위협과 평안북도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그간 이지스함을 주로 서해 축선에 배치했다. 반면 북한 잠수함 기지는 동해인 함경남도 신포에 위치해 있어 분산 배치가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이지스함은 2대가 함께 기동하면서 1대는 탐지를 맡고 1대는 요격을 담당해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데 있다. 이와 달리 1대가 두 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해 이지스함에서 동해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도 있지만 발사 후 일정 고도 이상 치솟아야 포착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 외에도 SLBM에 대비해 다양한 서해 투입 전력을 동해에 붙들어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北 기만전술로 우리 군 전력 소모 가속
이처럼 SLBM에 대응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국방부는 “도발 징후가 뚜렷해 위기가 고조될 경우 물 위에서 잠수함을 먼저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잠수함을 물 속에서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여차하면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잠수함은 물 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접근 방식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북한은 잠수함을 장기간 은폐하거나 이번처럼 모의탄을 쏘는 기만전술로 우리 군의 전력을 소모시키고 대비태세를 농락할 우려가 크다.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해에서 잠수함에 관심이 쏠린 사이 서해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하는 방식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우리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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