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총살만 70여명 달해
핵심 고위층부터 측근 그룹까지
정책 이견 불만 등 '도전' 간주
김정은 체제에서 숙청 정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큰 잘못을 저질렀다기 보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소한 이유로 권력의 핵심에 있는 측근 간부들을 잇따라 처형하는 공포 정치가 앞선 김정일 체제보다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그나마 자발적 충성을 유도했다면, 김정은은 ‘복종 강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 숙청 건수는 급격히 늘었다. 국가정보원이 13일 밝힌 ‘북한 내부 특이동향’이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총살된 간부가 70명에 달한다. 김정일이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데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는 수치다.
숙청 대상이 권력 핵심 고위층이거나, 자신을 보좌하는 측근 그룹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김정은이 2013년 12월 단행한 첫 숙청의 대상도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이후 잠잠하던 숙청정치는 최근 6개월 사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변인선, 마원춘, 한광상 외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임업성 부상 등 측근 그룹으로 이어졌다.
숙청 사유에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행위가 포함됐다. 장성택의 경우 건성으로 박수를 치거나 ‘1번 동지’로 호칭하며 김정은에게 맞서려 했다는 점이, 이번에 처형된 현영철은 김정은 연설 도중 졸았다는 사실이 사유로 거론됐다.
이외에 자신이 지시한 정책에 대해 토를 달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유일영도체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변인선은 대외군사협력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제시해 숙청됐고, 조영남의 경우 김정은이 지시한 미래과학자거리 건설에 대해 “전기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다 올해 2월 처형됐다. 임업성 부상 역시 김정은이 역점사업으로 지시한 산림복구 사업 관련 업무가 과중하다고 투덜대다 처형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책 이견 제시나 불만 토로에도 숙청하면서 간부 사회에 책임을 지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정도”라며 “북한 엘리트들이 공식석상에선 얘기 못하지만, 사적 대화에선 (불만 어린) 속내를 표출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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