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장은
"론스타, 국내법 어겨 소송자격 없다, 외환銀 매각 지연은 불법행위 탓"
론스타 주장은
"매각 승인 지연으로 2조원 손해, 한·벨기에 협정 따라 배상하라"
소송 결과는 내년 이후 나올 듯, 정부 비밀주의 고수에 비판론도
은행 하나 사고 팔아 수조원을 챙겨 간 ‘먹튀’의 대명사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의 ‘건곤일척’이 막오른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무려 46억7,900만 달러(5조 1,066억원). 2차전 없는 단판 승부라, 단 한 번 패배로 조단위 국부가 추가 유출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 1차 심리를 15일부터 열흘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다. 론스타는 법무법인 세종과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한국 정부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 로펌 아놀드 앤 포터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지연 등 한국 정부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한ㆍ벨기에 투자협정을 근거로 2012년 11월 ISD를 제기했다. 이듬해 5월 중재부(재판부)가 구성됐고, 서면 공방을 거쳐 이제야 양측이 본격적으로 법정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쟁점1. 보호받아야 할 자본인가
첫 쟁점은 과연 론스타가 한ㆍ벨기에 투자협정으로 보호받아야 할 자본인가 하는 점이다. 한ㆍ벨기에 투자협정은 국내법을 준수하는 투자자만 보호하는데,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법인과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론스타는 협정 보호 범위 밖에 있고, 따라서 ISD를 제기할 자격도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쟁점2. 한국정부 탓 매각 지연됐나
본안으로 들어간다면, 최대 쟁점은 외환은행 매각 불발에 한국 정부 책임이 있는지 여부다. 2003년 1조 3,834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5조 9,376억원에 매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 사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2006년 12월)과 외환카드 주가조작(2007년 1월) 등 론스타가 연루된 불법행위가 이슈로 떠올랐고, 정부는 관련 사법절차가 마무리된 다음 매각 승인을 내주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터지는 등 상황이 급변하며 2009년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했고, 2012년 1월에서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정부 승인을 받았다. 당시 론스타가 받은 금액은 3조 9,157억원이었다.
론스타의 주장은 “매각 승인이 지연되는 사이 가격이 급감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 한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절차를 지연시켜, HSBC 매각 대금과 하나금융 매각 대금 차액인 2조원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론스타의 불법행위 때문에 절차가 지연된 것일 뿐, 정부 잘못이나 고의로 절차가 지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쟁점3. 8,000억원 과세 정당했나
또 다른 쟁점은 한국 정부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 및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에 과세한 8,000억원대의 세금 문제다. 론스타는 조세회피 목적의 벨기에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면세ㆍ비과세를 주장했지만, 과세 당국은 “실질소득이 어디로 귀속됐는지가 중요하다”며 과세를 결정했다. 한ㆍ벨기에 투자협정에 페이퍼컴퍼니 관련 규정에 없기 때문에, 론스타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한국 정부의 논리다.
전망과 논란
1987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한 ISD 569건 중 국가 승소율은 43%, 투자자 승소율 31%, 화해 26%로 나타났다.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는 경우 대규모 국부가 유출됨은 물론 유사 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먼저 론스타가 소송 자격이 없다는 점을 짚어야 하고, 본안에서 정부의 논리를 입증할 증거를 잘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과는 내년 이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ISD는 일반 사법절차와 달리 상소 절차가 없고 그 결과에 따른 집행에 한국 법원이 관여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번 심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형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중요한 소송을 외부로 전혀 공개하지 않고 밀실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논란거리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가 무슨 논리에 근거해 무엇을 요구하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며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는 내용은 국민에게 알려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투자자-국가 소송(ISD)이란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의 법령ㆍ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ISD 조항이 들어가 있다. 주로 미국 워싱턴 소재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중재가 이뤄지는데, ICSID 중재부(재판부)는 양측 추천으로 선임된 각 1인, 협의를 통해 지정된 1인 등 총 3인으로 구성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