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돌발 악재로 총체적 난국
北 이틀째 NLL 인근서 야간 포사격
민간 차원 교류 논의조차 올스톱
이희호 여사 방북 등도 기약 없어
北 외교 고립에 대남 도발 가능성도
“4월이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라는 당초의 기대와 달리 5월 들어 잇따른 북한 변수에 남북관계가 총체적으로 삐걱대고 있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반격에 나서면서 그간 민간 차원에서 추진됐던 각종 행사와 교류 논의는 올 스톱 상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영철 숙청을 계기로 권력 재정비에 몰두할 경우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北 안팎의 도발에 대화 국면이 대결 구도로
당초 우리 정부에선 한미연합군사훈련만 종료되면 남북관계의 해빙 분위기가 조성될 토대는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었다. 하지만 북한은 훈련 종료 이후 보란 듯이 반격에 나서며 우리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에 이어 9일 동해상으로 함대함 미사일 발사, 그리고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연 이틀 이례적으로 야간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상으로 함포와 해안포 등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을 이어갔다. 북한의 야간 포 사격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에 국방 당국이 “북한의 도발 시 처절한 응징으로 적함을 수장시키겠다”고 맞받아치며 안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던 교류의 물꼬마저 틀어막아 버렸다. 당장 6ㆍ15 공동 선언 15주년 행사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남측 추진위 관계자는 “북측은 사업계획서를 보고 승인을 검토하겠다는 우리 정부 태도를 전혀 이해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개성에서 추가 실무접촉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불거질 수 있어 신중한 분위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정보원이 첩보형식으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내용을 공개하며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심화됐다고 운운한 것도 악재다. 당장 우리 내부에선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며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北 외교적 고립 심화, 기댈 수 있게 유도해야
일각에선 김정은의 잇따른 숙청정치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직접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수족이 돼 대외관계를 풀어낼 메신저들을 처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중국통’이었던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가 소원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현영철의 갑작스런 숙청은 러시아에 부정적 신호를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친서까지 들고 갔던 현영철을 러시아 방문 직후 숙청하는 상황이니 러시아 입장에서도 불쾌하지 않겠냐”며 “러시아도 김정은에게 무조건적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만큼 순풍에 돛 단 듯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탈북자들 사이에선 ‘북중 군사 핫라인까지 끊으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반대해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숙청됐다는 설이 흘러 나올 정도로, 김정은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선제적으로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기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외관계가 가로막히면 막힐수록 북한의 다음 수순은 대남 도발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북한을 외면하는 상황에선 결국 기댈 되는 우리 밖에 없지 않겠냐”며 “김정은이 남북관계로 고립을 풀 수 있도록 유도하는 포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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