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습니다. 13일 오후 7시(현지시간) 프랑스 여성 감독 엠마누엘 베르코의 ‘라 테트 오트’가 개막작으로 상영됐습니다. 14일 오전부터 경쟁부문 진출작들이 스크린에 투사되면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14일 칸을 흔든 작품은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할리우드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입니다. 1980년대 세계의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차량 추격 액션영화의 전설이 30년 만에 부활했기에 더 큰 환호를 받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70세인 조지 밀러 감독의 세월에 시들지 않은 연출력에도 갈채를 많이 보냈습니다. 주연배우 톰 하디와 샬리즈 시어런의 빼어난 연기도 환호성을 이끌어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영화이다 보니 이날 저녁 열린 ‘매드맥스’ 레드 카펫 행사도 화려했습니다. ‘매드맥스’의 주인공인 하디와 시어런 등 많은 배우들과 명사들이 빨간 융단 위에 올랐는데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받은 인물은 시어런의 라이벌 미셸 로드리게스입니다. 로드리게스는 ‘매드맥스’의 여성전사인 퓨리오사 역할을 두고 시어런과 경쟁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드리게스는 또 다른 차량액션영화 시리즈 ‘분노의 질주’에서 오티스를 연기해 세계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거세게 차량을 몰아 아찔한 액션을 펼친다는 점에서 ‘매드맥스’와 ‘분노의 질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로 스타덤에 오른 로드리게스이니 ‘매드맥스’ 탑승에 욕심을 낼 만도 했습니다.
캐스팅되지 못한 분노가 레드 카펫에서 폭발한 것일까요. 로드리게스는 이날 등이 훤히 보이는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아 플래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로드리게스가 이날 “레드 카펫을 지배했다”는 평가가 외국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행사의 주인공이 됐어야 할 시어런은 로드리게스의 역습에 가려진 신세가 됐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로 영화제를 찾아도 레드 카펫에선 노출이 최고인가 봅니다. 세계 최고 영화제인 칸영화제라고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