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연기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김남길은 “상대 배우를 부족하게 보이게 하는 배우라는 송강호, 황정민 선배의 말을 실감했다”고 했고, 전도연은 “영리하고 집중력 있는 배우”라고 화답했다. 첫 연기호흡을 맞춘 영화 ‘무뢰한’으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을 찾은 두 사람은 칸을 찾은 흥분에 들떠 보였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칸 해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농담으로 가볍게 서로를 힐난하고 다독이며 지중해의 햇살을 만끽했다.
‘무뢰한’은 살인자를 쫓다가 살인자의 애인 혜경(전도연)에게 빠져드는 형사 재곤(김남길)의 사랑을 그린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꼼꼼한 연출이 배우들의 호연과 어우러져 오랜 공명을 남기는 작품이다. 전도연은 ‘무뢰한’으로 칸영화제를 네 번째 찾았다. 2007년 ‘밀양’으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고 2010년 ‘하녀’의 경쟁부문 진출로 칸을 방문했다. 지난해에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초빙됐다. 반면 김남길은 올해 칸영화제가 첫 경험이다.
칸영화제라면 이제 마음이 편할 만도 한데 전도연은 “지금까지 칸 방문 중 가장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무뢰한’의 의미를 잘 파악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김남길은 “외국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간다는 기분”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정작 칸에 와보니 “왜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칸에 오고자 하는지 알겠다”며 “좀 더 세심하게, 치열하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무뢰한’은 2000년 ‘킬리만자로’로 데뷔한 오승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만든 영화다 보니 전도연은 “첫 촬영 현장에서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위주로 바뀐) 촬영 현장에 감독님이 적응을 못해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 칸영화제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 어렵게 선택한 영화”라고도 했다.
어깨를 다친 이정재를 대신해 ‘무뢰한’에 합류한 김남길은 “도연이 누나와 함께라면 칸에 올 줄 알고 출연 결정을 내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남길의 발언이 쑥스러운지 전도연은 “그게 사실이면 감독님들이 제 앞에 줄을 서겠다”며 넘겼다.
둘은 자기 멋대로이면서 자신의 인생을 조절할 수 없는 남자와 유흥가를 전전하다 나락까지 떨어진 희망 없는 여자를 깔끔하게 연기한다. 김남길은 무심한 듯 한 여인에 다가서다가 모든 것을 다 거는 연기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전도연은 “과연 전도연”이라는 탄성이 나올 만한 몸짓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었으나 이제는 그냥 (일상처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수식이고 떨쳐낼 수 있는 호칭도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밀양’의 연기도 저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같아 최고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도 밝혔다. 김남길은 “주변에서 전도연에게 밀리지 않게 잘해야 한다고 말들 했는데 어떤 난리를 친다 해도 도연이 누나랑 필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할 때 많은 배려를 해줘서 그나마 영화 속만큼 표현할 수 있었다”며 “도연이 누나만큼 상대역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거의 없었다”고도 밝혔다.
칸을 찾았으니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이 날만하다. 특히 해외 영화인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어온 전도연은 해외로 영역을 넓힐 만도 하다. 그는 “지난해 칸에서 해외 영화인들이 구석에 몰듯 하며 왜 영어 안 배우냐고 다그쳐 올해 칸에 올 때 겁이 좀 났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를 좀 하다가도 바빠서 그만 두게 된다”며 “언어 문제를 극복하고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남길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올해는 영어 수업을 좀 받았는데 일정 때문에 중단했다”고 말했다. “책도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읽는 스타일이라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