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두 개의 큰 별이 잇달아 레드 카펫을 환히 밝혔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내털리 포트먼과 매슈 매코너헤이였습니다. 대중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두 별은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일찌감치 스타가 되었고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녀주연상을 각각 수상하며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얼굴과 몸매만으로 짧은 시간을 풍미한 뒤 추락하는 숱한 작은 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타 배우들입니다.
내털리 포트먼은 자신이 각색하고 주연하고 심지어 메가폰까지 잡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로 칸을 찾았습니다. 할리우드 배우의 감독 겸업은 낯설지 않은데 칸영화제는 이를 자기들 ‘장사’에 잘 활용하는 듯합니다. 배우들도 역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비경쟁부문 초청을 받았습니다. 포트먼의 재능보다는 화제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혐의(?)가 짙습니다. 포트먼의 연출 데뷔작을 곧바로 칸에 부른 점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쏠립니다.
포트먼은 여러 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좋은 배우입니다. 어린 시절 ‘레옹’으로 세계적인 배우가 됐고 오랜 부침을 거쳐 ‘블랙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손에 쥐었습니다. 2008년엔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대되기도 했습니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에 충분한 이력 있습니다.
16일 열린 공식 상영회와 레드 카펫 행사에서 역시나 카메라는 내털리 포트먼을 향했고, 포트먼이 칸영화제를 매혹시켰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칸영화제 입장에선 흥행에 성공했고, 포트먼은 ‘영화작가’로서의 도약대를 마련했습니다. 1940년대 후반 이스라엘 건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어머니의 사연을 담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좋은 스태프와 제작 환경을 갖추고 있어 감독이 심하게 실수하지 않는 한 나쁜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곳입니다. 아무리 배우 출신 신인 감독이 만든 영화라도 기본은 하기 마련이지요.
매슈 매코너헤이는 칸영화제를 제대로 활용하는 배우라 할 수 있습니다. 연기력보다는 섹시한 외모로 각광을 받던 그는 2012년 출연작 ‘페이퍼 보이’와 ‘머드’가 동시에 경쟁부문에 오르면서 화려한 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매코너헤이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대가 구스 반 산트의 경쟁부문 진출작 ‘나무들의 바다’의 주연을 맡아 칸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의 죽음을 숲을 여행하는 한 미국 사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칸에서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16일 열린 상영회에서 야유까지 쏟아졌다고 합니다.
칸영화제는 지난해에도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연출작 ‘잃어버린 강’을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가 연출한 영화라는 수식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합니다. 연기로 잘하고 외모도 근사한 젊은 배우가 스크린 지휘자 역할까지 했다는 점은 스타에 대한 환상을 극대화하기 충분합니다. 올해도 칸영화제와 할리우드 배우의 공생관계는 끈끈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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