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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 파문에 처음으로 입 연 北… 부정도 긍정도 없이 南에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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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 파문에 처음으로 입 연 北… 부정도 긍정도 없이 南에 으름장

입력
2015.05.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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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통해 성명

"최고 존엄 훼손하는 악담질" 경고

전략적 모호성, 정보당국 교란 의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2차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촬영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리일환 당 부장, 전용남 청년동맹 중앙위원장이 함께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2차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촬영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리일환 당 부장, 전용남 청년동맹 중앙위원장이 함께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현영철 숙청 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숙청 자체에 대해선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7일 편집국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나서서 공포정치니 뭐니 하고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는가 하면,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을 비롯한 여당 것들이 연일 북체제 불안정을 운운하고 있다”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한다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 현영철 숙청 첩보를 공개한 뒤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그러나 북한은 첫 공식 반응에서 현영철 숙청이나 처형 자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가 지난 14일까지 현영철의 모습이 담긴 김정은의 기록 영화를 방영하고, 현영철은 물론 국정원이 숙청당했다고 밝힌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와 사진도 노동신문 사이트에서 삭제하지 않는 아리송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복귀가 불가능한 숙청 인사에 대해 철저하게 흔적 지우기 작업을 진행해온 관행에 비춰 볼 때 북한의 행보는 현영철의 숙청 첩보를 부정한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영철이 처형까지는 당하지 않았고, 일종의 문책성으로 지방기관이나 생산현장으로 좌천되는 낮은 단계의 혁명화 처벌을 당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영철의 기록물을 이례적으로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의 대외 이미지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잔혹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는 점에서 처형을 공식화하는 게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 사정으로 현영철 숙청 사실의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입장에서 현영철은 언제든 뺄수 있는 인물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숙청을 주도한 신진 세력들과 원로들 간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체제 불안정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은 우리 정보 당국을 교란시키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이 고사총을 동원해 공개 총살을 가했다는 등 구체적 정보를 흘린 상황에서 숙청 및 처형 사실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도리어 우리 측 정보력을 인정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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