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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대 받아도 불구속ㆍ집유… 느슨한 정치자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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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대 받아도 불구속ㆍ집유… 느슨한 정치자금법

입력
2015.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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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넘은 박상은 의원 집유 2년, 권선택 시장도 징역 8월에 집유

홍준표 집유ㆍ이완구 벌금형 가능성… "뇌물죄와 다르다" 처벌 기준 낮아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거액 정치자금 수수 의심 인사들은 구속도 피하고, 실형도 선고 받지 않게 되는 것일까. 현재로선 홍준표 경남지사(1억원)와 이완구 전 총리(3,000만원)도 기존 의혹 외에 추가 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불법 정치자금 처벌이 뇌물이나 알선수재 처벌에 비해 가볍기 때문이다.

17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최근 1억~2억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치인들 대부분은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 같은 액수라도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을 따지는 뇌물이나 알선수재 혐의에 비해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는 셈이다.

올해 1월 인천지법은 2억4,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현재 ‘2억원 이상’을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내부 영장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당초 ‘1억원 이상’이었던 영장청구 기준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이후 ‘2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법원이 2억원 이상의 경우 실형 선고를 하고 있다는 추세가 감안됐다. 하지만 박 의원 사건의 경우 그 기준에도 밑도는 선고 결과가 나온 셈이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1억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으나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고작 벌금 80만원에 그쳤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도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 추세대로라면 홍 지사는 집행유예, 이 전 총리는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정치자금법 처벌 조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에 대해 정치권에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고, 피선거권도 형량에 따라 5~10년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의 경우 보호 법익이 정치자금의 투명성이기 때문에 공무집행의 공정성이 목적인 뇌물죄 처벌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천만원~수억원씩 검은 돈을 받은 정치인이 집행유예나 벌금형만 받고 풀려나는 추세에 일반인의 시각이 고울 수만은 없다.

검찰 일각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액수가 적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경우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적으므로 영장청구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두 정치인 사건에서 액수기준만을 강조하며 영장청구의 일반 원칙인 증거인멸 등을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하는 태도는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두 사건 모두 직간접적으로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회유 또는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안사건은 기각된 선례가 많아도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거인멸 및 회유 의혹에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태도”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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