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설에 첫 공식 입장 밝혀
"조카의 사업에 관여한 적 없어"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생전 그와의 친분설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반기문(71)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입장을 밝혔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충청포럼 회원인데다, 동생 반기상(69)씨가 경남기업 상임고문을 지내 ‘성완종 인맥’으로 거론된 게 사실이다.
이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반 총장은 ‘성완종 전 회장을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약간 오해가 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내가 국내에 있을 땐 여러 차례 만났고 지난 해에도 잠깐 본 적이 있는 등 잘 알고 지낸 사이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자신이 충청포럼 회원으로 몇 번 참여를 한 적이 있다고도 시인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달 드린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하지만 그 이상의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을 포함, 그 누구와도 국내 정치에 대해선 협의한 적이 없다”며 “그와 단 둘이 앉아 논의를 하는 사이가 아니고, 그런 면에서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반 총장은 특히‘이완구 전 총리가 반 총장을 견제하려고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의식한 듯 “8년 반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도, 그럴 여유와 겨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난 달 16일에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와의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반 총장은 이날 경남기업의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사기 의혹 연루설도 부인했다. 그는 “조카의 사업 활동은 제가 전혀 알지 못하고 그에 관여하지도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성 전 회장의 장남은 JTBC 인터뷰에서 “반기상씨와 그 아들인 반주현씨가 2013년 카타르투자청에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려 하면서 ‘카타르국왕과 반 총장의 비선으로 이뤄지는 거래’임을 줄곧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타르투자청의 공식투자의향서 위조에 반기상씨 부자가 개입했다는 의혹, 반 총장이 카타르국왕을 만나기 한달 전인 2013년 8월 27일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정황 등 때문에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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