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에서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터쇼 방문객들의 시선을 모은 차 중 하나는 포드 GT 콘셉트카(사진)였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멋진 차체의 낮고 날렵한 모습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 전문업체의 차를 떠올리게 했다. 포드가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처했던 이후 고성능 스포츠 콘셉트카를 만든 것은 처음으로, 최악의 위기를 벗어나 재기에 성공했음을 자축하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포드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첫 종합 우승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1966년에 포드가 르망 우승컵을 빼앗아 온 팀은 다름아닌 페라리였다.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카 업체로 모터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있던 페라리는 바로 전년까지 6년 연속 르망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그런 페라리를 상대로 포드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포드에게 르망 24시간 레이스 첫 우승컵을 안겨준 차는 GT40이었다.
포드는 자신들의 영웅인 GT40을 기리는 뜻에서 르망 우승 50주년 기념으로 GT40을 현대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재현한 GT 콘셉트카를 만든 것이다.
포드가 50년 전에 르망 레이스에서 페라리와 대결을 펼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의 합병 논의였다. 1960년대 초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페라리는 모터스포츠 활동과 스포츠카 생산에 필요한 자금이 절실했다. 때마침 포드를 이끌고 있던 헨리 포드 2세는 국제 규모의 자동차 경주에 출전해 회사의 이름을 높이고 싶었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었던 그는 경험과 인재, 기술력을 모두 갖춘 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바로 페라리 같은 회사였다. 페라리는 포드에게 인수 가능성을 묻는 문서를 보냈고, 포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회사 사이에는 인수합병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종 합의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을 무렵, 페라리가 일방적으로 포드에게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격분한 포드 2세가 ‘페라리 타도’를 직원들에게 지시하면서 포드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도전이 시작됐다. 모든 것이 부족한 가운데 포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GT40을 만들었고, 1964년 시작한 페라리에 대한 도전은 결국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 우승이란 결실을 맺었다. 페라리가 협상을 깨지 않았다면 아마도 포드 GT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포드의 스포츠카 머스탱에는 조랑말 대신 페라리의 ‘카발리노 람판테’(도약하는 말) 엠블럼이 붙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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