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코바코연수원 부지에 추진
감사원 "예비조사 부실" 지적에
480억원 예산 110억원 깎이고
코바코는 "적자 걱정" 임차 거부
문체부와 의견 충돌로 사업 표류
민간매각 방안까지 검토 '시끌'
문화체육관광부가 4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3년 경기 양평군에 완공할 예정이었던 남한강 예술특구가 6년째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지적과 예술특구 활용을 둘러싼 의견 충돌 등으로 계획이 표류하면서 설계 변경에만 수십억원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25일 양평군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2009년부터 양평 강상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연수원 일대 약 5만㎡ 부지에 남한강 예술특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2011년도 예산에 화랑과 예술체험ㆍ숙박시설 등을 갖춘 예술특구 조성 예산 482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예술특구 조성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당시 감사원은 76억원의 토지보상비를 포함할 경우 예술특구 사업은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초과해 법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는데도,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예술특구의 핵심시설인 창작스튜디오가 이미 전국에 46개나 운영중이며, 그 중 20개는 예술특구 반경 60㎞ 안에 위치해 있는 점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런 점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예술특구가 완공되면 매년 45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예산축소에 따른 설계변경에만 35억원이 추가로 들어갔고, 2013년 사업 예산은 110억원이 삭감된 372억원으로 다시 책정되면서 착공도 연기됐다.
문체부가 새 설계내용을 토대로 2013년 12월 양평군에 건축허가를 제출하면서 예술특구 사업은 뒤늦게나마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엔 코바코측이 토지사용을 거부하면서 허가가 유보돼 다시 암초를 만났다.
문체부는 토지사용료를 공사기간부터 소급해 예술특구 시설을 임차한 수입으로 지급하고, 영업손실은 문체부와 산하기관 연수원 시설 대관 사용료 등으로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바코는 감사원 지적에 따른 적자를 상쇄할 객관적인 수익 발생 근거를 제시해야 토지를 임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코바코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다시 양평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보류된 상태다.
이 사업이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양평군의 한 인사는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2011년 문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지역에 특혜를 주기 위해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코바코연수원의 민간매각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지난달 알려지면서 예술특구 사업이 민간 주도로 전향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개발제한구역 내 위치한 코바코연수원이 민간에 헐값에 매각돼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예술특구의 본래 목적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시설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달 17일 성명에서 “코바코연수원 매각시도는 언론 공공성을 위한 공적재원 조성이라는 사회적 중대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양평군 관계자는 “지역 입장에서는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빨리 추진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도 “민간 주도 방식은 좀 더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