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운명…헌재 떠나 다시 법원으로
28일 헌법재판소는 교원 노동조합에서 교원의 개념을 ‘초ㆍ중등 교육기관에서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정했다. 이는 해직 교원 9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는 반갑지 않는 판결임은 분명하다. 다만 헌재는 이를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결은 유보했다.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또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날 헌재는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그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초ㆍ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서는 합헌을 결정했다.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서 활동할 경우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법령을 근거로 해직교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전교조가 규약을 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했다는 점에서 헌재의 합헌 판결은 전교조에 뼈아플 수밖에 없다. 1심 재판부는 전교조가 제기한 통보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위해 사건 심리를 잠시 중단시켰었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한 헌재가 고용부의 법외노조통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은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헌재는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합법적으로 활동해 온 전교조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당국이 법외노조를 통보할 수는 있지만 그 통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자격이 없는 조합원 수나 이런 조합원이 교원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해당 노조가 이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 재량의 범위에 있는지는 법원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이날 논평을 통해 “사실상 고용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위법이라고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 것도 헌재의 이 같은 판단 때문이다. 전교조는 “해고자 9인 때문에 6만 조합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한 것은 ‘경고’ 정도에 그칠 사안에 ‘파면’ 결정을 내린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서울고등법원에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석하기까지 했다. 일부 해직자로 인해 전체를 법 밖으로 내모는 것은 지나치다는 해석인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전교조는 합법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법원이 고용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작년 6월처럼 교육부 등에서 법외노조 후속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1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직후 교육부는 ▦노조전임자 업무 복직명령 ▦시ㆍ도교육청의 전교조 사무실 지원 중단 ▦단체교섭 중지 및 해지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전교조의 각종 위원회 참여자격 박탈 등의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모든 법적 지위가 박탈되면서 조직력 약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고등법원 재판부가 바뀐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작년 9월 교원노조법 제2조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평등권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재판장은 민중기 현 서울동부지법원장이었으나, 지금은 황병하 부장판사로 바뀐 상태다.
항소심 재개를 전후로 전교조가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 조합원을 내보낸다면 합법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는 현재 전교조의 방침과 어긋나는 일이다. 최근 드러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전교조 불법화 정리’ 발언 등과 이후 정부의 조치들에 대해 전교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으로 보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상태다. 실제 이날 헌재 판결 이후 전교조는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전교조의 표상이나 다름없는 해직 교사들을 조합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회에 계류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전교조의 법적지위가 유지될 수 있다. 현재 교원노조법 상 조합원 자격을 ‘교원으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 혹은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로 인정하는 법률안 4건이 제출돼 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의 헌재 판결로 국민의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이 훼손됐다”며 “2심 재판이 다시 진행되기 전에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역사의 퇴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반대가 분명한 상황에서 법 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교조를 ‘해충’으로 보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 개정을 기대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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