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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 결국 디지털 동반자 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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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 결국 디지털 동반자 되는 게 목표"

입력
2015.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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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모바일 헬스케어 개발사… '눔 코치' 전 세계서 3200만명이 이용

주목하는 시장은 B2B 사업

정세주 눔 대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이 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처리해 주는 플랫폼을 완성해 ‘디지털 동반자(digital companion)’가 되겠다”고 했다. 눔코리아 제공
정세주 눔 대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이 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처리해 주는 플랫폼을 완성해 ‘디지털 동반자(digital companion)’가 되겠다”고 했다. 눔코리아 제공

최근 스마트헬스케어 흐름에 맞춰 모바일 건강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 앱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서비스 범위와 이용 대상층이 지나치게 폭넓거나 모호해 쓸모가 적거나, 서비스 업체의 수익모델 부재로 지속적인 관리와 업데이트가 잘 안돼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이유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 3,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본거지를 둔 눔(Noom Inc.) 얘기다.

눔은 건강 앱인 ‘눔 코치: 눔 다이어트’로 일반인에게도 제법 알려진 모바일 헬스케어 개발사다. 이 회사가 2012년 11월 선보인 이 앱은 이용자가 식단, 운동량, 체중 등 데이터를 매일 기록하면 맞춤형 다이어트 코칭을 해준다. 고난도 기술인 인공지능(AI)으로 개발됐다. 현재 전 세계 3,200만 명이 이용 중으로, 구글의 헬스 & 피트니스 모바일 앱 분야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세주(36) 눔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눔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만남에서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감성적인 부분’을 놓쳤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식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눔 코치를 믿고 의지토록 해야 하는데, 기계(인공지능 기술)를 통한 방법 만으론 서비스를 100% 완성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눔은 현재 휴먼 터치(인간의 개입) 기술을 서비스에 가미 중이다. 즉, 서비스 중에서 반복되는 부분은 대부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되, 핵심 대목에서는 사람이 직접 개입, 식습관 개선에 필요한 메시지 전달하고, 실천 상태를 모니터링 하며, 목표를 달성토록 독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50억 원이 훨씬 넘는 현재 눔의 연 매출의 대부분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앱 이용료 수입이 그것이다. 이 회사가 정작 주목하는 시장은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이다. 이미 미국 등지의 병원 보험사 정부기관 제약사 대기업 등과 손잡고 건강 관리나 질병 예방을 위한 임상시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거대 보험사인 애트나는 현재 눔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의 보험 가입자 중 전당뇨 환자군을 대상으로 당뇨 예방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진짜 비즈모델은 이것(B2B)”이라 했다.

애트나가 눔을 통해 30~50대 미국인 보험 가입자들을 상대로 15주 동안 식습관 모니터링을 한 결과, 참가자들은 몸무게를 평균 3.5㎏을 감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체중을 평균 4.5kg 감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살빼기의 목표치와 앱 이용 행태는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각기 다르다고 했다. 나라별 체중 감량 목표치는 미국이 평균 20㎏, 한국 7㎏이라고 했다. 그는 눔 유료 이용 행태에 대해서는 “한국인은 다운로드 받은 다음날 곧바로 구입하는 반면 독일인은 6개월가량 써본 뒤 구입해 가장 더뎠다”며 “하지만 유료 가입 기간에서는 한국과 독일이 정반대”라고 했다.

눔은 현재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공식 인증을 거쳐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에게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서비스 중이다. 발생 원인이 식습관과 밀접한 것으로 보고된 울혈성심부전 예방을 위한 서비스도 이미 내놨다.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플랫폼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 대표는 “암 환자 50%가 식단관리 등에 실패한 탓으로 기초체력이 떨어져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눔의 서비스는 단순한 식습관 개선을 통한 살 빼기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모바일 플랫폼 통해 의사와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이 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 처리해 주는 플랫폼을 완성할 것”이라며 “디지털 동반자(digital companion)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른바 ‘책임진료제’ 도입에 따라 향후 미국에서는 병원의 과잉진료와 의료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정 대표는 본다. 30일 이내 환자 재입원 비율을 모니터링 해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병원이 이후 치료를 책임지도록 하는 일종의 ‘환자 AS 시스템’이다.

정 대표는 최근 180억원(1615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의 최종 학력은 고졸.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전자전기학부를 다니다가 뛰쳐나와 지난 2007년 눔을 공동 창업했다. 정 대표는 대학 졸업장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학력과 서열 위주로 평가 받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구글 수석 개발팀장 출신으로 현재 눔의 기술 총책임자(CTO)인 아텀 페타코프(Artem Petakov)가 공동 창업자다. 정 대표는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스타트업에게 정작 필요한 덕목은 끈기와 아이디어를 실행해내는 능력”이라고 했다.

눔은 현재 한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다. 연내 중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그는 “중국이 짝퉁 양산국에서 최근 2~3년 새 제품을 실제 잘 만드는 나라로 확 달라졌다”며 “유료 필기노트 앱 서비스 업체인 ‘애버노트’의 연 2,000조원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고 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바이어마켓(buyer marketㆍ구매자 시장)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이 지난 2~3년 새 크게 좋아졌지만 투자금 10억 이내의 에이절 펀드가 대부분이라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어 “회사를 매각할 경우 ‘먹튀’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도 스타트업 활성화에 걸림돌”이라며 “좋은 회사나 기술을 사 줄 사람이라면 그 사람 중동인이든 백인이든 일본인이든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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