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kt는 지난주도 1승 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경기력만큼은 확실히 달라졌다. 26일부터 31일까지 패한 5경기 가운데 5회 이전에 백기를 든 것은 1-8로 진 27일 잠실 LG전뿐이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두산과의 주말 3경기는 아주 팽팽했다.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니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
막내 kt 야구에 초반 넉다운 현상이 사라졌다. 외국인 투수 시스코가 퇴출되고 어윈은 여전히 제 몫을 못하고 있지만 젊은 투수들이 씩씩한 투구를 하고 있는 탓이다. 91년생 좌완 정대현(24)과 96년생 사이드암 엄상백(19)의 최근 컨디션이 특히 좋다. 올해보다 내년, 그보다는 내후년을 바라보는 구단 입장에서 그저 흐뭇한 호투다.
엄상백은 고교 일선 코치들이 프로에서도 곧장 통할 것이라고 내다본 특급 유망주다. 박용진 신일고 코치는 지난달 말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도중 "국내 야구대회는 물론 청소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그의 공을 제대로 때려낸 타자는 거의 못 봤다. 아무리 프로의 벽이 높아도 각 구단 스카우트나 고교 코치들은 엄상백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시즌 초반 부진하지만 적응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상백은 덕수고 시절 '제2의 임창용'으로 불렸다. 지난해 제70회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이 거둔 5승을 모두 책임지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당시 34⅔이닝을 소화하며 솎아낸 삼진 개수는 무려 49개. 엄상백은 2014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일본과의 결승전 때 7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우리나라를 5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가 고교 코치의 말대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엄상백은 4월까지 2경기에 등판해 4⅓닝 동안 5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10.38이었지만 5월 6경기에서는 모두 선발로 나가 1승 무패 3.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19일 마산 NC전에서 6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첫 승에 성공했고 30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6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프로에 오기 전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투구를 하다가 kt 유니폼을 입고 체인지업을 제대로 배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정대현은 지난 28일 잠실 LG전이 끝나고 생전 처음으로 정명원 투수 코치에게 칭찬을 받았다. 당시 7이닝을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그는 "정 코치님은 앞에서 엄하게 하시고 뒤에서 챙겨주시는 스타일이다. 두산에서도, kt에서도 칭찬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두산 시절 매해 스프링캠프에서 주목 받은 투수다. 왼손이라는 이점에다 제구도 나쁘지 않아 풀타임 선발로 키우고 싶은 감독과 코치들이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일찍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문제였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만 되면 좋았던 구위가 뚝 떨어지곤 했다. 결국 지난해 말 특별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작년 시즌 끝난 뒤 군대에 가려고 했다. 운동을 전혀 안 한 상태에서 kt로 오게 됐는데, 마무리캠프를 거르고 뒤늦게 스프링캠프에서 운동하기 시작해 이제 페이스가 올라온 것 같다"며 "앞으로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두 자릿수 승수를 해보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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