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드라마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알림

드라마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입력
2015.06.01 14:48
0 0
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 중인 공효진은 자신이 모델인 화장품을 홍보하고 있다.
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 중인 공효진은 자신이 모델인 화장품을 홍보하고 있다.

‘옥에 티’라기엔 티가 너무 크다. 지상파 방송 및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방영하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느닷없이’ ‘난데없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간접광고(PPL) 말이다. 노골적으로 몰입을 깨뜨리는 제품이나 로고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PPL에도 수준이 있는 법이다.

● 케이블·종편의 수준 낮은 PPL

‘남자들끼리 농구를 한 뒤 땀에 흠뻑 젖은 채 먹은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은 시원한 물이거나 갈증 해소 음료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질문의 답은 감자칩이다. 더운 나라 네팔에서 현지인들과 농구 한 게임을 한 뒤 과자를 먹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이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등장한 상황에 안 맞는 간접광고(PPL)였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벨기에 네팔 이탈리아 등의 아름다운 풍광과 외국인들의 우정을 접목시켜 볼거리 많은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정상 회담’으로 인기 방송인이 된 장위안, 다니엘, 알베르토, 수잔 등이 해외에서도 한국어로 말하고 그 나라 문화를 한국식으로 이해하는 광경이 흥미롭다. 하지만 캔 커피 빨리 마시기(벨기에 편), 캔 커피 들고 산책하기(네팔 편) 등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캔 커피 PPL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여행을 포맷으로 한 리얼 예능의 표본으로 불리는 tvN ‘꽃보다’ 시리즈의 나영석 PD도 가끔 무리한 PPL로 곤혹을 치렀다. 고(故) 김자옥, 윤여정, 김희애, 이미연 등이 떠났던 ‘꽃보다 누나’에선 이승기와 누님들이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식감까지 표현하는 등의 노골적인 PPL로 눈총을 받았다. 이번 ‘꽃보다 할배’의 그리스편에서도 무리수는 계속됐다. 그리스 도심에서 몇 시간씩 운전해 메테오라 수도원에 도착한 이서진은 갈증을 느끼며 얼음 냉수가 아닌 굳이 톡톡 쏘는 탄산수를 찾아마셨다.

삼시세끼 속 씨그램(왼쪽)과 꽃보다 청춘 속 트레비가 등장한 TVN 영상캡쳐.
삼시세끼 속 씨그램(왼쪽)과 꽃보다 청춘 속 트레비가 등장한 TVN 영상캡쳐.

● 무조건 화면 키우는 공영방송의 PPL

‘김수현 효과’로 방송 전후 광고가 완판됐다는 KBS2 금토극 ‘프로듀사’는 간접광고(PPL)와 협찬 등으로도 돈 방석에 앉았다는 소문이 돈다. ‘프로듀사’는 회당 제작비가 약 4억원인데 프로그램 광고가 완판돼 약 40억원, 협찬과 PPL로 20여억원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늘 “위기 상황”이라며 재원이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던 KBS 입장에서는 환호성을 지를 일이지만, 과연 시청자에게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프로듀사’는 4회(5월 23일 방송)부터 본격적으로 PPL을 풀어놓았다.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주인공들의 연기보다 그 흐름을 뚝뚝 끊어놓은 PPL이 더 화제가 됐다. 탁예진 PD로 열연 중인 공효진은 자신이 모델인 화장품 PPL로 정신이 없다. 1회 첫 장면부터 차 안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5회(5월 29일 방송)에선 아예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파우치와 립스틱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또한 김수현도 5회에서 선배인 라준모 PD(차태현)에게 숙취에 좋다며 홍삼 분말을 물에 타 건네고, ‘1박2일’ FD(이주승)에게 조언을 듣던 중 비타민 분말을 입에 털어 넣으며 PPL에 나섰다.

더욱이 KBS의 PPL 방식은 ‘무조건 클로즈업’이다. 공효진은 온데간데 없이 화장품만 화면에 떠다니고, 홍삼 분말을 물에 타는 김수현의 몸만 있을 뿐 얼굴은 사라져 버렸다. 제품명만 대문짝만 하게 나오면 그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미 4회에서도 공효진이 택배가 왔다며 들고 다닌 박스에 한 쇼핑몰 업체의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나왔고, 아이유가 먹던 롤케이크와 운동화는 제품명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려는 듯 과도하게 클로즈업 돼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채시라 김혜자 이순재 등 배우들의 호연으로 ‘명품 드라마’로 불린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도 헬스클럽, 여성 아웃도어 매장 등이 거의 매회 등장해 이름에 먹칠을 했다. “이렇게 작동하면 더욱 운동효과가 있다”거나 “핑크색 점퍼가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라며 홍보까지 해줬다. 공영방송인지 광고방송인지 알 수가 없다.

‘프로듀사’ PPL에 나선 한 중국 진출 업체는 “김수현 효과로 (중국)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됐다”며 “상황에 맞지 않는 PPL이라도 브랜드 노출 횟수가 높으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광고주 입맛에 맞추느라 어설퍼진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왜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