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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정몽준, 'FIFA회장 출마' 안되는 이유 6

입력
2015.06.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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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FIFA 회장 도전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FIFA 회장은 스포츠계 최고의 자리로 ‘꿈의 직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63세가 된 정몽준 회장의 정치 커리어는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FIFA가 심각한 문제에 빠진 지금, 정 회장은 다시 FIFA 회장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나는 정몽준 명예회장이 FIFA 대권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길 가능성이 낮다

정몽준 회장이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당연히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정몽준 회장의 화려한 배경과 과거를 고려하면 FIFA 회장 선거에서 무참히 패하는 상황을 만들려 할 까닭이 없다. 물론 정 회장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지만, 누가 상대로 출마하느냐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객관적으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2011년 정 회장은 힘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도 요르단의 알리 왕자에게 FIFA 부회장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AFC 회장의 지지도 받던 상황이었기에 놀랍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 도하의 호텔에서 운전기사가 정 회장을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리자 우울한 표정으로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서 있던 그의 모습과도 비슷한 놀라운 일이었다. 정 회장 측은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와 같은 거대한 배경의 인물에게 아무것도 잃지 않는 패배란 없는 법이다.

2. 블래터 비판론자의 자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 회장과 블래터가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다. FIFA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배경은 어필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FIFA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중에 개혁을 꿈꾸는 숫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FIFA의 2/3가 블래터를 향해 표를 던졌다. 그들은 온갖 언론 보도와 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FIFA 내에는 여전히 블래터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이 있기에 ‘안티 블래터’라는 타이틀이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FIFA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약속을 통해 승리할 만큼의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 과거

정 회장의 개혁에 대한 언급은 FIFA 관련 인물들에 크게 어필하지 못할 수 있다. 사실 정 회장이 변화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정 회장은 FIFA에서의 17년 동안 어떠한 변화를 이루어냈던가?

지금이 새로운 FIFA 회장이 나타나야 할 시기라면, 과거 17년 동안 부회장 자리에 있었던 인물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인물이 세계 축구를 변화시킨다면 모를까... 물론 정 회장이 FIFA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FIFA의 ‘과거 인물’ 중 하나다. FIFA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적임자는 아니라고 보인다. 과거와의 끈이 없는 참신한 인물이 진정한 개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난 3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취리히=AP 연합뉴스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난 3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취리히=AP 연합뉴스

4. 아시아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정 회장이 2011년 선거에서 알리 왕자에게 패했던 이유는 알리 왕자가 쿠웨이트 출신 셰이크 아흐메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4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FIFA 집행위원에 당선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셰이크 아흐메드가 그를 지지하지 않은 것이 컸다.

알리 왕자가 블래터와 맞섰지만 아시아 표의 1/4밖에 얻지 못한 이유는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이 블래터를 지지했단 까닭이다. 이러한 패턴이 존재한다. 셰이크 살만은 2019년에 블래터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2011년 정 회장은 아시아로부터 나온 지지의 대부분을 동남아시아 국가로부터 받았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정 회장을 원했다. 하지만 이제 이 국가들의 생각은 변해버렸고, 블래터와 블래터 추종자들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이 집단을 이루어 정 회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정 회장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5. 파키스탄과의 돈 문제

2010년 10월 정몽준 회장은 파키스탄의 축구 시설 확보를 돕기 위해 약 4억 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끔찍한 홍수 피해로 파키스탄의 체육 시설이 큰 피해를 입은 이후에 나온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직후 (정확히 말하자면 다음 날) 몇몇 비공개 소식통들은 파키스탄이 2011년 선거에서 정몽준 회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축구 시설 확충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했고, 애초에 시작되지 않은 느낌마저 있었다. 물론 정 회장의 기부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었고 언론도 이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정 회장이 누군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돈을 건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세계 축구계의 분위기와 FIFA의 논란을 고려하면 돈이 연관된 과거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6. 대한축구협회의 미래를 위한 최선일까?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와 세계 축구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체로서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만들어왔다. 이때 정 회장의 축구계 복귀가 어떠한 영향을 만들어낼지는 완전한 미지수다. 부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정 회장은 과거의 인물이고 현재의 대한축구협회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운영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몽준 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몽규 회장의 뒤에서 조용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남아 있는 영향력으로 정몽규 현 회장이 더 큰 힘을 얻게 도와주는 것이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최선의 길 같다.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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