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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심쿵' 로맨스, 그 시절로 갈 순 없나요

입력
2015.06.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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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물 일곱의 직장인입니다. 두 살 많은 남자친구와는 대학교 3학년부터 사귀었으니 벌써 저희는 5년차 커플입니다. 대학생활 내내 한 번도 싸운적 없고 취업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조차 서로를 챙겨주면서 많이 의지가 되어주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한마디로 전혀 설레는 감정이 없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요. 5년째 같은 사람과 만나면 권태기가 올수밖에 없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거나 주말인데도 전혀 꾸미지 않고 마냥 편하게 옷을 입고 나오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연애 초기의 설레는 그 감정, 서로를 세심하게 배려하던 그 때로 우린 돌아갈 수 없는 걸까요?

세상의 어느 커플이든 연애 초기의 설레는 감정이 평생 갈 수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의 어느 커플이든 연애 초기의 설레는 감정이 평생 갈 수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A 연애 초기의 설레는 감정,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어떤 새로운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그 순간의 쾌감은 확실히 매혹적입니다. 이 감정이 너무 황홀하기에 사람들은 사랑때문에 상처를 받고 나서도 끊임없이 또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고, 또 어떤 사람들은 한 사람과 깊이있는 관계를 나누기보다 여러 사람과의 애매한 감정을 즐기려 하니까요.

또 권태기에 이른 커플의 경우 바로 이 설레는 감정이 완벽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별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누군가와 어느 정도 뜨거운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쾌감이란 부정할 수 없는 무엇일 겁니다.

연애 초기의 그 감정으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 연애 초기의 설레는 그 감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과 당신의 남자친구는 더이상 5년 전의 그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사람들이 달라졌고,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나 쌓여 있는 기억들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그건 마치, '제가 어떻게 하면 10살 무렵의 동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냉정하게 말해 설레는 감정을 다시 갖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바람이라면 아마도 새로운 사람을 찾아 보는 것이 나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다면 그건 '나는 설레는 감정 그 자체에 목이 말라 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걸까?'일 겁니다. 깊이 생각해본 후 마음 속에 떠오르는 답이 혹시 전자라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감정때문에라도 두 사람이 앞으로 쭉 함께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이 그저 이 사람과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활력있고, 은은한 긴장감과 자극이 유지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방법은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다만 노력의 부족으로 인해 마음 속의 뜨거운 열정이 사그라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함께한 시간만큼 친밀감이 자리 잡지만, 둘 사이에 존재하던 열정이 사라져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그것이 오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에게조차 가동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가동되지 않게 된 것, 바로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사람이 있을 때 큰 소리로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지 않는 건, 그것이 최소한의 매너라고 생각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친하고 편해진 사람에게 오히려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건, 매너를 지켜서 얻는 이득보다 지키지 않아서 편해지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되어서일지 모릅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권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는 건, 단지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편한 사이인데 매너를 좀 덜 지켜도 괜찮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이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어서일 겁니다.

권태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가 작은 행동변화를 시도해 본다면 사랑의 온도는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권태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가 작은 행동변화를 시도해 본다면 사랑의 온도는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리현상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일부의 예일 뿐이죠. 함께 식사를 할 때 속도를 맞추지 않는다거나, 아무렇게나 걸치고 데이트를 하러 간다거나, 만나면 짜증났던 이야기만 줄줄 이어가는 것, 커플인데 사생활이 어디 있냐며 전화기를 몰래 보려고 하는 것, 잠자리에서 대충 자기 욕구만 채우려고 하는 것 같은 행동은 모두 매너의 상실로 인해 일어나며, 이것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권태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즉 권태기가 찾아와서 함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매너가 없어진 자리에 권태감이 자리잡는다는 것이죠. 당신의 눈에 지금 보이는 것들이 그의 트림과 방귀 같은 것이겠지만, 어쩌면 당신은 또 다른 방식으로 매너없는 행동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전과 똑같이 설레게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는 있을 거에요. 서로의 사적인 영역을 존중하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을 모습은 연인에게도 보여주지 않도록 하고, 편안하게 대화하되 생각없이 내뱉지 않는 것, 이런 작은 행동의 변화들이 두 사람 사이의 온도를 높여줄 겁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권태감이라는 감정 때문에 먼저 괴로워하기 시작한 것은 당신이기에, 남자친구가 당신의 고민이나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도 당신이라는 점인데요. 당신이 문제점이라고 느끼는 부분을 부정적인 언어로 일일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기대하는 모습이나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긍정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나는 이게 싫고 짜증나!'가 아니라 '나는 우리가 이렇게 변화했으면 해'라고 말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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