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기승을 부리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지난주 말을 고비로 주춤해지는 듯한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도중 70여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14번 환자의 잠복기가 지나 이 환자를 매개체로 한 추가 확산 가능성이 우선 낮아졌다. 12일 120여명에 불과했던 메르스 격리자가 13ㆍ14일 이틀 사이 1,100여명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존 방역망에서 빠진 환자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대상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3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시스템을 전면 가동해 하루라도 빨리 메르스 유행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어제 병원을 24일까지 부분 폐쇄, 신규 환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는 의미 있다. 병원 측은 “신규 외래 입원 환자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며 응급수술을 제외하고는 수술과 응급 진료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병원을 통한 메르스 확산을 막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9일 병원 응급실에 머물며 메르스 확산에 중심이 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호된 비난을 샀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다른 병원과는 달리 영업을 지속해 대기업 봐주기 논란까지 불렀다. 따라서 삼성서울병원은 지금부터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을 필요가 있다.
물론 메르스 위기가 머잖아 끝나리라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울삼성병원에 이어 을지대병원, 메디힐병원, 창원SK병원 등에 입원한 메르스 환자를 통한 추가 감염이 3차 유행을 촉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13일 메르스 3차 감염자를 이송한 구급차 운전기사가 메르스 4차 감염자로 판정됐다. 애초에 3차 감염 가능성조차 낮다던 말에 비추어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가 거듭 실추한 마당인데도 기존에 상정된 ‘병원 내 전파’ 범주라고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다. 경기 성남시 7세 초등학생의 4차 감염 여부가 오락가락한 것 또한 혼선을 부추겼다. 당국의 확고한 대응태세가 조금이라도 늦춰져서는 안될 이유들이다.
다만 지나친 메르스 공포도 경계해 마땅하다. 대표적 사례가 공기 중 감염 우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부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병원 내 특정 장소에 한정한 것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감염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한국형 닥터쇼핑(doctor shopping) 관행이 더 큰 문제라는 WHO의 지적이 뼈아프다.
이런 지적과 반성을 기초로 방역 당국과 병원, 국민 모두가 확고하고 합리적인 대응태세를 다듬어 추가 메르스 확산에만큼은 쐐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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