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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發 또 뚫린 방역망… 고장난 '비상벨'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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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發 또 뚫린 방역망… 고장난 '비상벨' 보는 듯

입력
2015.06.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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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전파자에 노출된 이송요원

병원 초기 격리 대상에서 빠져

정부는 노출자 명단 확보도 않고

방문자 정보 조사조차 착수 안해

송재훈(왼쪽)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해 병원을 한시적으로 부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송재훈(왼쪽)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해 병원을 한시적으로 부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삼성서울병원 발 메르스 ‘2차 유행’이 진압되지 못하고 다시 ‘3차 유행’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14일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를 부른 직접적 요인이 된 50대 이송요원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 9일 간 병원 근무를 하며 환자와 의료진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하루 응급실 환자 200여명, 외래환자 8,000여명 등 ‘빅5’에 속하는 삼성서울병원 관리에 소홀해 또 한번 메르스 차단 기회를 놓친 것으로 책임론이 거세다.

137번(55ㆍ남)환자가 된 이송요원이 처음 메르스 증상을 보인 것은 2일. 열과 근육통 등을 수반한 피로감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격리 조치된 10일까지 9일 간이나 정상 근무했다. 이송요원은 환자가 병원 내 진료나 치료를 위해 환자 병상 등을 직접 이동시키는 일을 담당해 환자나 보호자, 의료진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삼성병원은 문제의 이송요원이 직접 옮긴 환자는 76명, 밀접 접촉한 의료진은 52명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간접 접촉 환자까지 포함하면 216명에 달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응급실과 병실 등 병원 구석구석을 오가는 업무 특성상 향후 역학조사에서 격리대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송요원은 지난달 27~29일 입원,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뜨린 ‘슈퍼 전파자’ 14번(35ㆍ남) 환자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되나, 병원의 초기 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이송 요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의 책임”이라면서 노출된 구성원 전원을 격리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송요원이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보건당국은 “외부 용역업체 직원으로 접촉자 분류를 위한 명단 확보단계에서 누락됐다”고 답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위중한 상태인 35번(38ㆍ남)에 이어 또 다른 의사 1명도 추가 감염됐다. 138번(37ㆍ남)인 이 내과의사는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노출된 후 이달 10일 격리되기까지 진료를 계속해 추가 전파 우려도 크다. 보건당국은 “발병 이후 진료를 하진 않았다”고 했으나, 구멍 뚫린 관리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정형외과 외래치료 후 감염된 115번 환자(77ㆍ여)에 이어 외래환자와 동행했던 내원객도 새로 감염됐다. 141번(42ㆍ남) 환자로 응급실 외 감염은 두 번째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올 때마다 응급실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고리를 찾는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으나, 이 두 케이스는 딱히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슈퍼전파자 14번이 휠체어를 타고 병원 내부를 이동해 광범위한 범위로 오염시킨 정황이 있다”고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 발 3차 메르스 확산이 가시화하면서 보건당국이 14번 감염을 확인한 지난 달 30일 이후 응급실 격리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이 제공한 지난달 29일 환자ㆍ의료진 명단 외에 메르스 노출자 명단을 제출 받은 적도 없으며, 구체적인 방문자 정보 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이 닿은 일부 방문자들에 대해서도 전화로 상태를 체크하는 능동관찰은 했으나, 격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리도 느슨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봐주기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으나 “(삼성서울병원에서)충분히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며 실수를 인정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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