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12% 비정규직 22%가 경험
고용안정성이 낮고 근무시간이 긴 사업장일수록 사직 종용, 모욕, 의견무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국내 업종별 직장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의 경우 12.4%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으나, 무기계약직은 17.7%, 비정규직은 22.2%로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피해 경험 비율이 높아졌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8.9%였지만 구조조정 중인 기업에서는 22.9%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공공행정ㆍ서비스ㆍ운수ㆍ금융ㆍ교육ㆍ보건의료ㆍ건설 등 8개 업종 근로자 4,589명이 참여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근로자의 경우 3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근로시간이 주당 40~50시간인 근로자(12.7%)보다 피해 경험이 크게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불안정한 고용 여건과 과도한 초과 근로시간이 근무 스트레스를 높여 직장 괴롭힘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직 종용, 의견 무시, 모욕, 험담, 휴가 방해 등 괴롭힘 유형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것은 사직 종용으로, 업종에 따라 근로자 1명당 6개월간 평균 5.6~21회 반복됐다.
가해자는 직속 상사인 경우가 많았지만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서비스ㆍ보건의료 분야에선 종사자의 각각 43.2%, 40.5%가 고객으로부터 모욕 등을 당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직장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중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37.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25.6%),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된다’(21.3%) ‘직장 내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13.2%) 등을 이유로 참고 지나친 것이다.
서유정 부연구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정서적ㆍ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괴롭힘 행위 유형, 피해를 당했을 때 대처 방안, 목격자가 된 경우 취해야 하는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로자ㆍ관리자 맞춤형 예방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 공백, 실태조사, 관련 조치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1건당 1,550만원(종사자 300~1,000인 기준)에 달한다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추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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