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유승민 흔들기 본격화로
계파 갈등 또다시 불거질 듯
식물 원내대표로 전락 가능성
입법-행정부 충돌 등 뇌관 곳곳에
여야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수용키로 하면서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던 국회법 개정안 정국이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에 대해 청와대가 여전히 평가를 유보하고 있어 뇌관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권은 당ㆍ청 갈등과 계파간 갈등이 얽히고설키는 자중지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여야 경색은 물론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의화,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 강조
정 의장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자구’를 수정해 정부로 이송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지 17일 만이다.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가 ‘요청’으로 변경됐다.
정 의장은 국회법을 이송하면서 자신의 중재안으로 박 대통령이 제기한 위헌 가능성을 해소한 만큼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ㆍ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을 한 자리에서 그는 “여야가 충분히 숙고하고 협의를 통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서 이송하려는 취지”라며 “정부에서도 충분히 그것을 감안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파국은 피하자는 데 여야 원내대표도 공감했다. 유 원내대표는 “강제성이나 위헌 부분의 걱정이 덜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정부와 청와대가 초당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논란 끝에 이 원내대표에게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고,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 중재안 수용을 결정했다.
靑 위헌성 판단이 관건…시한폭탄 정국 계속
문제는 청와대의 의중인데 박 대통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도록 국회가 너무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여전히 위헌요소가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국회와 대통령의 충돌이 아니라 국가 의사 합치해 나가는 헌법상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 협상을 주도한 원내지도부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워 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친박계가 국회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해온 유승민 원내대표 흔들기에 나설 공산이 커 계파간 갈등이 전면화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 경우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유 원내대표로서는 선택지도 많지 않다. 재의결을 강행할 경우 청와대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고 부결을 모색할 경우 대야 협상력을 상실하게 돼 ‘식물 원내대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의결 과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측과 이견을 노출한다면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이 정부로 이송된 만큼 박 대통령은 15일 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폭풍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박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로 촉발된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일단 일단락 된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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