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과ㆍ사인 등 알려주지 않아
의사들 알음알음 공유로 치료 애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을 막고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감염경로, 잠복기, 치료 경과 등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현장의 의사들은 개인적으로 확보한 환자 정보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보건당국의 인력이 빠듯한데 이들이 전부 메르스 확산 대응에만 몰려 있어 환자 자료 취합이나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 9일 입국했던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조사단에게 줬던 환자 자료도 상당 부분 민간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의 감염경로, 잠복기, 증상, 치료 경과 등은 의료진이 발열 등의 증세로 병원에 찾아온 환자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다. 4년 전 처음 발생한 감염병인 메르스는 전세계적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환자들의 자료 밖에 없는데다,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는 중동 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환자 정보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환자들의 감염 시점과 연령만 알려줄 뿐, 입원 환자들의 경과나 사망자의 사인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있다. 환자 정보는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메르스 치료 환자 중 자료 수집이 가능했던 58명을 분석해 9일 발표한 ‘국내 메르스 임상 양상’ 자료가 전부다.
게다가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14일)가 지난 후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은 잠복기 이후 환자 발생에 대한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관리ㆍ격리 기간의 기준이 되는 잠복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혼란도 커지고 있다.
결국 급한 상황의 의사들끼리 ‘알음알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는 외국 환자와 달라 자체적인 환자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할 수 없어서 의사들이 여기저기서 수집한 자료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공유하고 있다”며 “정부가 환자 데이터를 모아 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학회 차원에서 메르스 환자의 증상 첫날 상황부터 혈액검사 소건, 치료제 투여, 임상 경과, 사망자의 사인 등을 기록하는 양식을 만들고 있다”며 “모든 병원이 기록을 공유하고 환자 자료를 축적해야, 실제 환자에게도 개별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사들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자료만 참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감염경로 잠복기 등 역학조사 결과를 빨리 분석해 한국 환자들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 의사들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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