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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대응 않겠다" 창비 "표절 아니다"...문단 내에서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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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대응 않겠다" 창비 "표절 아니다"...문단 내에서도 비난

입력
2015.06.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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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 미시마 유키오 '우국' 알지 못한다"

창비 "두 작품 중 신씨가 비교 우위"

"'기쁨을 아는 몸' 같은 표현은

결코 우연의 소산일 수 없다"

"겸허히 잘못 인정하는 모습 보여야"

문단 전반서 비판 개탄 목청 커져

소설가 신경숙 씨가 일본 소설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신씨는 17일 해당 작품을 알지 못한다며 사실상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소설가 신경숙 씨가 일본 소설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신씨는 17일 해당 작품을 알지 못한다며 사실상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표절 논란에 신경숙 작가뿐 아니라 문학출판사 창비까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대응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반응과 “표절이 아니다”라며 적극 비호에 나선 출판사 측의 해명이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 문단의 끼리끼리 문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경숙씨는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창비 발행)에 수록된 1996년작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17일 “해당 작품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품 집필을 위해 서울을 떠나 있는 신씨는 창비에 보낸 세 줄짜리 입장문을 통해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 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창비 문학편집부도 같은 날 출판사 공식 입장문을 내고 ‘표절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창비는 입장문에서 “선남선녀의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 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며 “해당 장면들은 작품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창비는 ‘우국’이 “극우민족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한 성애묘사가 두드러지는 남성주의적인 판타지”인 반면 ‘전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뛰어난 작품으로,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가 쓴 거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직핍한 현장감과 묘사가 뛰어나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첨언까지 덧붙였다. 창비는 “언론과 독자분들께 ‘전설’과 ‘우국’ 두 작품을 다 읽고 판단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며 “표절 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도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작가의 무책임한 태도와 출판사의 적극적 비호에 문단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되면 문제만 더 커진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같은 일상에서 쓰지 않는 독창적 표현은 결코 우연의 소산일 수 없다”며 “‘우국’과 ‘전설’은 스토리나 설정 등이 완전히 다른 소설이지만 문제가 된 일부 문장은 확실히 표절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장 문학평론가는 “한국문학의 상징적 존재인 신경숙 작가와 창비는 음지에서 고투를 벌이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 앞에 겸허히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에도 예전처럼 ‘모르는 척 하면 언젠가 덮일 일’이라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절망감만 더 깊어질 것”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씨를 적극 두둔하고 나선 창비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미시마 유키오의 정치적 극우성향에 초점을 맞춰 논점을 흐리는 창비의 대응이 참담하다”며 “자기 작가 감싸기에 급급한 저 행태가 바로 한국문단의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소설가 고종석씨도 트위터에서 “이게 다 신씨가 창비에 벌어준 돈 탓”이라며 “창비 입장은 지적 설계론 찜쪄 먹을 우주적 궤변이자 한때 거룩했던 제 이름을 돈 몇 푼과 맞바꾼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주로 문학동네를 통해 책을 출간해왔지만, 국내에서만 200만부 넘게 팔린 그의 최대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창비에서 나왔다.

16일 신씨의 표절을 고발한 이응준 소설가는 “신경숙과 창비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독자분들께서 판단을 내려주리라 믿는다”며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제 모국어의 독자분들께, 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럽다”고 밝혔다. ‘우국’을 번역한 김후란 시인도 말을 아끼던 전날과 달리 아쉬움을 표했다. 김씨는 “기본적으로 원작자와 신씨의 문제”라면서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 대목에 (표절 의혹을 받은) 문장이 들어가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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