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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격리 벼랑끝 싸움 끝내고… "메르스와 사투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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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격리 벼랑끝 싸움 끝내고… "메르스와 사투 다시 시작"

입력
2015.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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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ㆍ간호사 등 50여명 코호트 격리

10kg 넘는 보호복 입고 땀범벅 생활

환자들 "생고생…" 비난엔 설득ㆍ양해

"병원 적극적 조치로 확산 저지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와 격리 조치자가 더 이상 없어 1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집중관리병원' 지정이 해제된 경기 화성시 석우동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환자를 맞기 위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로써 집중관리병원은 11곳으로 줄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와 격리 조치자가 더 이상 없어 1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집중관리병원' 지정이 해제된 경기 화성시 석우동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환자를 맞기 위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로써 집중관리병원은 11곳으로 줄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그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병원의 존립조차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는 시간이 지난 후에 되돌아 보도록 합시다.”

지난 15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4층 강당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접촉으로 코호트 격리됐던 5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였다. 유규형 병원장이 의료진들에게 메르스 집중관리병원에서 해제됐음을 알렸고, 어디선가 “휴”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 병원에서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가 내려졌던 이달 1일 이후 꼭 2주만에 조치가 풀렸지만 기쁨을 드러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건당국은 17일 이 병원에 대한 집중관리 해제를 공식 발표했지만 여전히 병원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하루 2,000명이 찾던 외래 환자 접수처에는 5~6명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일석(47) 부원장은 “아직 메르스와의 사투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탄성심병원에 메르스 환자(15번)가 입원한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메르스 환자의 전국적인 확산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동탄성심병원은 29일 오후 2시에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병원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병원은 즉각 이 환자가 머물렀던 10층 병동을 폐쇄했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42명을 포함해 간병인과 가족들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이틀 뒤인 31일 병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두 번째 전화를 받았다. 25일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25번)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박일석 부원장은 “눈 앞이 캄캄해지고 다리가 휘청거렸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 환자는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날인 6월1일 사망했다.

병원은 1일 36개 병상이 있는 내과ㆍ외과 중환자실을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의료진 80명과 환자 36명이 격리됐다. 의료진들은 N95마스크와 일반 보호복을 입고 생활했다. 환자를 진료할 때는 입는데만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5㎏이 넘는 D등급 보호복을 입었다. 식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려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핸드폰 이용도 금지돼 병원 내에 있는 유선 전화기가 바깥과 통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한 간호사는 “메르스 감염 의심자라는 주변 사람의 시선이 특히 힘들었다”며 “9개월 된 아이를 친정에 맡겨야 했고, 남편도 아내가 간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간호사는 “보호복을 입고 하루 8번 환자의 바이탈(심장박동) 체크를 하고, 드레싱(소독), 약물 투여 등의 조치를 했는데 곧장 땀 범벅이 됐다”고 말했다.

격리된 환자들의 반발도 컸다. 환자들은 “왜 병원 관리를 못해 나를 격리 시키냐”, “오히려 격리돼 있어 감염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직원들의 사기와 체력도 고갈됐다. 박일석 부원장은 “병원에서 나가는 것보다 집중 관리를 받는 것이 낫다고 환자들을 설득하고, 격리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설득과 양해를 구했다”고 토로했다.

동탄성심병원에서는 지난달 27일 이 병원에 머물렀던 15번 환자로부터 전염된 환자(4명)외에 다른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 부원장은 “신속한 격리 조치가 병원 내 추가 감염을 막은 것 같다”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병원의 적극적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성=정지용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용어설명

코호트 격리: 병원에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병동 전체를 봉쇄하는 격리 방식. 입원 환자는 잠복기가 끝나기 전까지 외부로 나갈 수 없다. 의료진은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접촉을 피해야 하고, 집에서도 자가 격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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