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평도, 생활용수 등 외부에 의존
강원도 어민들 "생계 막막한 지경"
경기도 일부 지역은 모내기도 못해
인천 대연평도에서 남쪽으로 6㎞ 남짓 떨어진 소연평도 주민들은 요즘 꽃게잡이 어선이 들어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섬에 들어오는 어선으로부터 용수를 공급 받고 있기 때문이다. 126명이 거주하는 소연평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지하수가 바닥났다.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계곡물도 말라버려 물 공급을 어선 등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소연평도가 워낙 물이 귀한 섬이지만 20~30년 내에 이렇게 비가 안 온 적이 없어 비상급수를 받기에 이르렀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18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소연평도를 비롯한 연평도의 지난해 강수량은 평년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올 들어서도 비다운 비가 없었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3월부터 석 달째 식수는 한 달에 한번 뭍에서 실려오는 병입 수돗물에, 생활용수는 꽃게잡이 어선이 연안부두에서 길어오는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들어서만 대연평도 등 섬 9곳에 병입수돗물 12만병을 지원했으며, 소연평도에 49차례에 걸쳐 생활용수 1,500톤을 공급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당장 봄 꽃게잡이 철이 끝나는 6월말 이후에는 섬과 뭍을 오가며 생활용수를 실어다 줄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그저 장마가 빨리 오길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가뭄이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제군 남면 하수내리 등 소양호 상류 전체가 거북등처럼 갈라진 지 오래다. 이 일대에서 민물고기를 잡던 어촌계 소속 어민 60여 명은 조업을 못한 채 소양호 쓰레기 수거 등 공공근로에 나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40년 째 소양호 상류에서 생활해 온 문모(65)씨는 “민물고기를 잡지 못해 건설현장에 나가야 하는 등 어민들과 주변 음식점들의 생계가 막막한 지경까지 왔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현재 소양감 댐의 수위는 152.31m로 역대 최저인 151.93m에 불과 38㎝차이까지 근접했다. 급기야 소양강댐은 지난 17일부터 방류량을 초당 42톤에서 8.7톤으로 줄여 발전가능 수위 150m를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내 농업용 저수지 317곳 가운데 원주 부론면 무산골 저수지 등 22곳의 저수율이 20% 아래로 떨어져 기능을 상실할 위기다. 비가 오지 않거나 준설이 늦어지면 축구장(0.75㏊) 723개에 이르는 농경지 542㏊가 타 들어갈 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뭄피해가 심각한 경기도에서도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보며 농민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임진강 비상급수에도 파주 대성동마을 20㏊와 연천 신서ㆍ백화면 농지 1.3㏊가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어렵게 모내기를 마쳤지만 논물이 말라 조만간 큰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피해가 발생할 지역도 21.9ha에 달한다. 용인 남사면(3.3ha)과 화성 남양면(5ha), 시흥 거모ㆍ죽율동(6ha) 등지에서는 농민들이 관정을 파고 급수에 나서고 있지만 해갈에는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가뭄 피해가 심각한 자치단체에 6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키로 했다. 강원도 22억 원을 비롯해 인천시 13억 원, 경기도 12억 원, 경북도 10억 원, 충북도 3억 원 등이다. 안전처는 농업ㆍ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관정개발과 정비, 저수지 준설, 양수기 구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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