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양서초교 전교생 75명 동탄성심병원에 격려 손편지 써
편지 도착하면 로비 등 전시 예정… 의료진 "환자들 돌볼 힘 생긴다"
“처음 메르스 환자가 저 세상에 가셨을 때 그 간호사분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 환자분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요. 또 (의료진은)얼마나 고생이 많으실까요. 우리 반 친구들 모두 응원을 보냅니다. 힘내세요!” (양서초 6학년 노승은 양)
경기 양평군 양서초등학교 전교생 75명이 18일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의료진에게 전하는 손 편지를 썼다. 고사리 손들은 환자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최전방에서 싸우면서도 왠지 모를 미안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차가운 시선까지 견디는 의료진에게 ‘감사’와 ‘격려’를 노래했다. 학년별로 1학급 뿐인 시골 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이 메르스 전사가 된 국내 의료진 모두를 격려하고 감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6학년 김혜원 양은 “우리는 학교에서 (친구가)기침 한 번하면 ‘메르스 걸렸다’며 장난 치고 놀았는데, 결코 장난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의료진께만 어려운 일을 넘겨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또 ‘슈퍼 의사님께’라는 제목으로 의료진을 한껏 치켜세운 4학년 정다현 양은 말미에 “(의료진들도)손을 깨끗이 씻으셔야 한다”며 건강까지 살뜰히 챙겼다. 편지쓰기에 앞서 시청한 관련 영상을 보고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한 의료진의 말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는 한 학생은 그 진한 여운 탓에 이름을 적지 않아 편지를 정리하던 선생님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이근호(57)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최경자(54) 양서초 교장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최 교장은 “평소 친분이 없던 단체에서 편지쓰기를 제안해 잠시 놀랐지만, 이내 좋은 취지에 공감하게 됐다”며 “편지쓰기를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편지를 보낼 병원을 고르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동탄성심병원은 지난 1일 첫 메르스 사망자가 나오면서 메르스 진원지로 오해받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동탄성심병원은 이날 발송된 편지가 도착하면 1층 로비와 구내식당 입구에 전시해 어린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예정이다. 유규형 병원장은 “그간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시선이 의료진을 힘들게 한 게 사실”이라며 “(편지 덕분에)사명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환자들을 돌볼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손 편지가 국민 감성을 회복시킬 것으로 믿는 이근호 대표는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 구절을 소개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의료진은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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