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출산… 산모와 아이 건강
임신 말기에 감염돼 영향 덜 받은 듯
산모 발열 등 이상 증세도 없어
산부인과 전문의들 "천운이었다"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임신부 109번 환자(39ㆍ여)가 23일 새벽 4시34분 제왕절개를 통해 3.5㎏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임신 37주 5일만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산모는 이날 새벽 2시30분쯤 분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태반이 먼저 분리되는 ‘태반조기박리’ 증상이 발생,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직후 실시된 메르스 검사 결과, 신생아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산모가 메르스에 감염된 후 완치되고 신생아 또한 건강한 사례는 세계 최초”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브리핑을 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기록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임신 5개월 된 산모는 아이를 사산했고, 또다른 만삭의 산모는 아이를 출산했지만 치료과정에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부가 신종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위험군이란 사실은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밝혀졌다. 당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임신부가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폐렴, 호흡곤란, 탈수 등 합병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센터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임신부의 사망률은 18%에 달했고, 증상이 심할 경우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 감염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11명의 의료진을 전담의료팀으로 꾸려 산모를 집중 관리했다.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산모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문의들은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분만 3주 전 감염되면서 분만 때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궁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메르스와 관련된 데이터가 없어 단정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분만 3주 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엄마 몸 속에 항체가 조성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산모가 임신 말기에 메르스에 감염돼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가 임신 12주 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미성숙한 상태인 태아와 산모 모두 위험했겠지만 다행히 임신말기에 감염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모가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 이상증세가 없었던 것도 순산이 가능했던 이유로 꼽힌다. 산모는 22일 음성판정을 받고 일반 산과병동으로 병실을 옮겨 수액을 투여하는 등 일반적인 경과 관찰 수준의 진료를 받으며 출산에 대비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신 후기에는 태아가 자리를 잡아 복압이 높아지고, 산모 폐가 작아져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될 경우 합병증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해도 산모의 건강상태와 증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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