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주년 행사 교차 참석으로 해빙 물꼬를 트면서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9,10월 중 국내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나 연말 열리는 국제 다자회의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과거사 협상의 상당한 진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각료ㆍ정치인의 과거사 관련 도발 중단 ▦중국ㆍ일본 관계 개선 등의 조건 중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물 건너 갈 수 있다. 정상회담으로 가는 분위기는 일단 만들어졌지만, 회담 성사 전망이 그다지 밝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열면서 별도의 한일 단독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현재로선 현실적 방안으로 꼽힌다. 두 정상 중 한 명이 상대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거나 국민 여론이 무르익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두 정상이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 중에 정상회담을 따로 할 경우 모양새도 나지 않고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 조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고비는 8월 초ㆍ중순 아베 총리가 발표하는 종전 70주년 담화다. 아베 총리가 또 다시 퇴행적 역사인식을 보여준다면 정상회담 추진 동력이 사라질 것이다. 또 중국이 ‘아베 담화를 본 뒤 한중일 정상회담에 응할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담화 내용에 따라 3국 정상회담이라는 판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최근 들어 ‘한일 정상회담 실현의 직접적 전제 조건은 아니다’는 쪽으로 정부 기류가 바뀌었다.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 등에 대한 양국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위안부 협상이 9, 10월까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상황을 고려한 듯하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거나 두 정상이 정치적 타결을 보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2일 두 정상의 국교50주년 기념행사 교차 참석 성사는 공식 핫라인이 작동했다기보다는 양국 여러 인사들이 다각적 조율과 협의를 거쳐 만들어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일본 언론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교차 참석을 주도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주일대사를 지낸 이 실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 지일파인 국내 경제인 등이 가교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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