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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다툰 능동감시 환자 간 이식… 7시간 대수술 끝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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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다툰 능동감시 환자 간 이식… 7시간 대수술 끝 새 생명

입력
2015.06.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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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 입원 치료 중 위중 상태

"이송 수술" 병원 찾았지만 난색

"생명 위급" 분당서울대병원 나서

수술복ㆍ방호복 세 겹 껴입고 집도

지난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능동감시 대상 환자가 분당서울대병원 음압수술실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 혹시 모를 메르스 감염 차단을 위해 의료진은 수술복과 방호복을 겹쳐 입고 안경은 2개 장갑은 3개씩 착용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지난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능동감시 대상 환자가 분당서울대병원 음압수술실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 혹시 모를 메르스 감염 차단을 위해 의료진은 수술복과 방호복을 겹쳐 입고 안경은 2개 장갑은 3개씩 착용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능동감시 대상으로 지정된 중증 간염 환자가 응급 간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앞서 24일엔 메르스에 감염됐던 만삭의 임신부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등 메르스 사태 속에서도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료진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일 음압시설과 보호장구 등을 갖추고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메르스 능동감시 환자의 응급 간 이식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환자는 대전에 사는 전모(72ㆍ여)씨로. B형 간염과 담도경화증으로 간과 담도가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올해 초 병이 악화되면서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고, 수술을 위해 이달 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는데 이 때문에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메르스 환자와 직접 접촉하진 않았지만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증상이 나타나는 지를 보건당국이 계속 확인해야 했던 환자였다.

전씨는 11일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빨리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급히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다행히 간을 기증할 수 있는 뇌사자를 찾았지만, 뇌사자가 있는 병원측에선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식할 간을 가져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전씨의 수술을 해줄 다른 병원을 찾았으나, 번번이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러다 분당서울대병원에 연락이 닿았고, 이 병원은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새벽 전씨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의료진은 환자의 원내 진입부터 중환자실 입실, 수술실 이동, 수술 중 관리, 수술 후 중환자실 이동 등 모든 과정을 자체 수립해둔 감염관리 표준지침에 따라 철저히 대비했다.

수술 당일인 20일 교수 3명을 포함한 전임의, 전공의 등 의사 8명과 간호사 2명으로 이뤄진 수술팀은 수술복 위에 방호복을 입고 다시 수술복을 덧입었다. 수술용 확대경에 보호안경을 추가로 쓰고, 수술실 내부를 음압 상태로 조절했다. 수술을 집도한 한호성(외과 전문의) 암ㆍ뇌신경진료부원장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환자가 위중했던 데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까지 차단해야 했던 터라 긴장감이 최고조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술팀은 “보호안경 내부에 습기가 차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고, 장갑을 세 겹이나 끼어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세 겹의 옷을 껴입고 장시간 서서 수술하는 동안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고 말했다. 한 간호사는 인공호흡기에서 나오는 환자의 날숨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쓴 N95마스크 때문에 숨이 차 수술 직후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수술 후 전씨는 스스로 호흡하며 간과 혈액 검사 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이틀 간격으로 받고 있는 메르스 검사에선 계속 음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콩팥 기능이 좋지 않아 24시간 투석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이식된 간으로 혈액이 잘 드나드는 상태라 곧 콩팥 기능도 좋아질 것으로 의료진은 예상하고 있다. 한 부원장은 “타인의 간을 이식받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쓰고 있는데,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갑작스럽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환자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병원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수술이었지만, 감염관리 지침을 다시 한번 숙지하면서 꼬박 하루를 준비한 덕에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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