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실내온도·습도 상시 체크해 필요한 만큼만 냉·난방 작동
음식물 쓰레기는 연료로 재활용…분양가에 시설 비용 합산 부담
성능 미흡하고 불편해 기피하는 '전기차 딜레마' 재연 우려도
지난 연말 현대건설이 115억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개관한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에는 실제 아파트와 실내 구조가 동일한 85㎡와 60㎡형 3개 가구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친환경기술, 이른바 ‘에코-테크(Echo-tech)’ 개발을 위한 실증 연구가 한창이다. 자체 개발한 에너지ㆍ환경관리시스템(TEEMS)이 적용된 이들 주택에선 거주자의 체온과 실내 온도, 습도를 상시 체크한 후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냉ㆍ난방만을 작동시킨다. 옥상에서 끌어오는 태양광에너지, 지열 등 비(非)화석연료 공급량을 최대화하고, 벽체보다 두꺼운 45cm 가량의 단열재를 설치해 실내 에너지가 손실 없이 순환되도록 하는 실험도 이어진다.
건설사들이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모든 민간 빌딩의 ‘제로에너지(대체에너지로 실내 소비 에너지량을 100% 충당하는 수준)’ 의무화를 선포하고,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다. 더구나 아파트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교통, 학군, 주변 시설 등 전통적인 입지조건에 머물지 않고 친환경, 저비용 쪽으로 옮아가면서 건설사들의 친환경기술 개발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제로에너지, 제로쓰레기…에코기술 개발 전력
현대건설은 당장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실험 중인 제로에너지 시스템을 연내 국토교통부, 인천시와 함께 공급하는 인천 송도신도시 6공구 A11블록의 힐스테이트 아파트(886가구)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태양열, 지열로 자체 생산하고 최대한 공급된 에너지 효율을 장시간 유지하는 기술을 적용해 제로에너지에 가깝게 시스템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측은 향후 강남 재건축 수주 아파트 단지에도 여러 고효율 에너지 저감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또한 자체 주거환경연구소에서 개발된 ‘래미안 능동형 에너지관리시스템(REMS)’을 적용, 대기전력의 누수를 최소화하는 등 에코기술을 강화한 아파트 공급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이 주관해 서울 고덕동에 분양 중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최근 국내 최초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이 아파트에는 서울 아파트들 가운데 최대 규모(800㎾)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서고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적용된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도 각각 광교와 위례신도시에 제로에너지를 지향하는 저에너지 아파트를 최근 공급했다.
음식물쓰레기 등 단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자체 처리기술에 대한 연구와 적용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음식폐기물을 발효소멸장치에 투입해 24시간 안에 90% 이상 감량하고, 최종 부산물을 바이오 연료로 재활용하는 쓰레기 ‘제로 하우스’ 시스템을 내놨다. LH 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LH 유성 송림 국민임대단지와 용인 동천 스마트타운 등에 이들 시스템을 적용하고 점차 대상 아파트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착할 수 있을까… 관건은 비용
다양한 친환경기술을 실제 도입한 아파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서 얼마나 에너지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춰줄 수 있을지, 혹은 소비자들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기존 시스템을 포기할 정도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줄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을 내놓으면서 전기자동차 보급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실상 소비자들은 불편하고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소비성향을 바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른바 ‘전기차의 딜레마’가 자칫 친환경아파트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단지 지붕 전체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적이 있지만 생산 전력으로 고작 공용 엘리베이터 사용 비용만 겨우 충당한 수준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관건은 비용이다.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소비자는 쾌적하면서 에너지 비용이 낮은 친환경 아파트를 원하지만 정작 이를 위한 시설비가 분양가에 합산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며 “현재 기술로도 7층 이하 공동주택에서 제로에너지 상태를 구현할 수 있지만 비용이 결국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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