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종식시키는 게 우선"
여야 사과 요구 목소리에 선 그어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낙타에서 시작된 신종 감염병이어서 대비가 부족했고 유입과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ㆍ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역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메르스 사태가 커진 이유를 이 같이 진단하면서도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인정하는 명시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메르스에 대해 어떤 수위의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경험을 토대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조직과 인력, 제도를 갖춰 나갈 것”이라며 “메르스가 종식되면 이번 대응과정 전반을 되짚어 문제점을 분석하고 근본적 대비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세계 각국은 연구조사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메르스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속 조치에 따라 미국 전문가들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한편 청와대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현재로선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고 이를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언젠가 사과할 가능성을 아예 닫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잘 듣고 있지만,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메르스를 잡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과하고 자세를 낮추어야 성난 민심을 달래고 극에 달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과 정보공개 시점 판단 실기 등이 상징하는 청와대ㆍ정부의 부실 대응이 메르스라는 질병을 ‘메르스 재난’으로 키운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