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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블랙홀'서 조금씩 빠져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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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블랙홀'서 조금씩 빠져나오다

입력
2015.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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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매출 증가세로 반전

영화 관람객 2주 만에 100만명↑

이주열 총재 "소비 감소폭 줄었지만

메르스, 여전히 최대의 리스크"

"상황 낙관 아직 일러" 분석이 대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 증가 폭이 감소하고 메르스가 발생한지 한 달을 넘어가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상가 거리가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밖으로 나온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 증가 폭이 감소하고 메르스가 발생한지 한 달을 넘어가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상가 거리가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밖으로 나온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명동 거리가 한산했던 9일 전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명동 거리가 한산했던 9일 전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명동. 한동안 실내에만 틀어박혀 있던 화장품가게 상인들이 다시 거리에 나와 관광객들에게 시제품을 사용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 코엑스몰 식당가 곳곳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고객들의 줄이 다시 늘어섰다. 주중엔 텅텅 비던 영화관엔 매진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고, 작은 기침에도 술렁였던 지하철 일부 구간(서울삼성병원~강남 일대)의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명동 화장품업체 직원 강모(33)씨는 “지난 주말부터 마스크를 쓴 손님들이 줄고, 물건을 사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파로 깊은 수렁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극도의 공포에서 조금씩 헤어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지갑도 조금씩 열고 있다. 회복을 말하긴 아직 멀지만, 최악의 소비 위축 국면에서는 벗어났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메르스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는 등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리도 여전하다.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아직은 대세다.

지난 주 이후 불안 심리가 서서히 진정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몇몇 소비 관련 지표에서 확인된다. 우선 대형마트 매출이 늘었다.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1일부터 7일까지 6월 첫 주 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8% 감소했지만 둘째 주(8~14일) -4.6%로 감소 폭을 줄인데 이어, 셋째 주(15~21일)엔 4.3% 증가세로 반전됐다. 다른 대형마트들의 매출 흐름도 비슷하다.

영화 관람객수도 확연히 늘었다. 이달 첫째 주엔 전년보다 54.9%나 급감했지만 셋째 주엔 오히려 42.1% 증가했다. 특히 지난 주말(19~21일) 관객은 250만3,315명으로 첫째 주 주말(5~7일)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극장 관계자는 “지금도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많지만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월드’의 흥행 요인 등이 메르스 공포를 서서히 옅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카드사의 승인금액은 이달 들어 여전히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주간 기준(첫째 주 -8.0→셋째 주 -4.6%) 감소 폭은 줄여가고 있다.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았던 경기도의 신용카드 거래금액 역시 6월 첫 주 전달대비 11.3%가 감소했으나, 3주차에 들어서면서 -1.7%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줄었다. 아직 활발한 여가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필품을 사기 위해 장을 보고, 영화관을 찾을 정도로는 심리가 회복됐다는 얘기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지난 주말 조사한 6월 3주차의 소비 관련 속보 지표를 보니 전년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했으나 감소폭이 1, 2주차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메르스로 인한 소비위축이) 좀 수그러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여전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경제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을 보면 메르스 사태, 그리스 채무협상,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크게 3가지”라며 “이 중 가장 큰 리스크는 메르스 사태의 파급 효과”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직후 한은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메르스 관련 일부 소비지표 부진이 지난 주 이후 소폭이나마 완화했다는 조짐은 있으나 서비스산업 부진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유통업체와 관광 항공 등 전반적인 서비스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은 3주 연속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 중이고,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 하락 폭이 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들어 예약 취소가 잇따르자 중국 노선 운항을 축소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일본 노선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인천공항 일일 이용객 수(도착 기준)는 직전 5일간 전년대비 -10%대를 유지하며 진정 기미를 보이다 22일에는 다시 26.8%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아직은 조심스럽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발병 초기에는 과도한 공포에 시달려 과잉 반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는 메르스 사태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조금 완화했다는 정도로 보는 게 맞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ankookilbo.com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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