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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엔저·온실가스·최저임금에 수사 부담까지…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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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엔저·온실가스·최저임금에 수사 부담까지… 발등의 불

입력
2015.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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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 속 경영 압박하는 현안들에 전전긍긍

엔저의 장기화, 자동차 부품·철강 등 수출액 급감

탄소배출권 거래제, 정부 이달 말까지 감축안 유엔 제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노동계 1만원 인상 요구 큰 부담

강화되는 사정수사, 현대중공업·한진해운 등 압수수색

상반기 한국 산업계는 유독 어려움이 많았다. 내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며 침체했고, 수출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하며 산업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 같은 어려움의 이면에는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풀기 힘든 과제들이 산적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수출 감소로 이어진 엔저 등 환율문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떠오른 온실가스 감축문제, 끊임없이 인상론이 대두되는 최저임금, 정부의 기업수사 압력 등이다.

끝 모를 환율 수렁

우선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분기 자동차 부품 수출은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 현대기아차의 미국과 유럽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기업 300곳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상반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엔저 등 환율문제를 꼽았다.

특히 일본 수출은 심각한 지경이다. 농산물, 석유제품, 철강, 화장품 등의 수출액이 급감했으며 수출량을 그대로 유지해도 엔화 약세로 기업들이 쥐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체력이 소진된 상황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환율이 반전될 가능성이 적고 정부와 기업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수출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7%가 엔저로 피해를 입었으나 10곳 중 7곳은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업 이전 우려되는 온실가스 감축

재계는 정부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제시한 4가지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8억5,060만톤으로 잡고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배출 전망치보다 14.7~31.3% 감축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재계는 감축목표를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에서는 주력산업의 경우 이미 최신기술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어 추가 감축 여력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감축 여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가장 완화된 방안인 14.7%로 결정돼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기업들은 신규투자를 줄이고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 국내의 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업체는 가격경쟁에서 중국업체에 밀릴 것을 우려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강업계도 정부 할당계획안에 맞추려면 생산량을 최대 절반 이상 줄여야 할 판이라 신규 투자를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힘들면 결국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기술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면 최후 수단은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축소 거론되는 최저 임금 인상

이달 29일까지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도 재계의 ‘뜨거운 감자’다. 최저 임금은 매년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매년 조금씩 인상됐다.

현재 노동계는 80% 가까이 인상된 1만원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재계는 올해 시급인 5,580원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거의 정체돼 있는데 최저 임금은 연평균 7.6% 증가한 점을 동결 이유로 내세운다.

특히 최저 임금 급등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42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 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됐다.

하지만 올해 정치권에서 유례 없이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정부도 내수를 살리려고 임금 인상에 긍정적이어서 예년보다 최저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소비위축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기조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임금 인상 열풍도 재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편 들어주는 우군이 적어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하지만 큰 폭의 임금인상이 고용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사정 수사의 끈

정부의 사정 수사도 재계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특히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부상은 사정수사가 강화될 것이란 신호이기도 하다.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이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한진해운 등도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마트와 다음카카오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다. 임상혁 전경련 상무는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만큼 특별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하고 검찰 수사도 너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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