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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더 낮게 더 빨리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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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더 낮게 더 빨리 뛰어라

입력
2015.06.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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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남자 테니스 단식 본선 진출, 공 바운드 클레이코트와 달라 걱정

2013년 주니어 준우승 기억 살려, 윤용일·이형택 기록 넘는 파란 기대

한국 테니스의 기둥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ㆍ78위)이 29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2015 윔블던테니스 본선에 출전한다.

정현은 대진 추첨 결과 1회전에서 랭킹 151위의 피에르-위그 에베르(프랑스)와 맞붙게 됐다. 정현은 1월 호주오픈 단식 예선 1회전에서 에베르를 2-0(6-4 6-2)으로 완파했다. 정현이 1회전에서 에베르를 제압하면 2008년 프랑스오픈의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메이저 본선 단식에서 승리한 선수가 된다.

지난달 자신의 최고 랭킹 69위에 오른 정현은 예선을 거치지 않고 윔블던 단식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남자테니스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 출전하는 것은 2008년 호주,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무대에 섰던 이형택(39) 이후 7년 만이다.

한국 테니스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유서 깊은 윔블던 본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혼합복식에 나선 김문일-양정순, 김성배-이덕희다. 당시 혼합복식조는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곧장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식으로 범위를 좁히면 남자부 윤용일, 이형택 2명과 여자부 이덕희 박성희 조윤정 3명뿐이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자 정현이 이들의 계보를 잇게 된 셈이다.

하지만 윔블던의 잔디 코트는 정현이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달 부산오픈 우승에 이어 서울오픈 준우승까지 파죽의 14연승을 달린 정현은 현지 적응을 위해 유럽 투어를 떠났지만 잔디 코트의 벽은 예상 외로 높았다. 정현은 이달 8일 네덜란드 세르토헨보스에서 개막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톱셸프오픈에서 1회전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이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애건 챔피언십에서도 예선 1회전에서 탈락하며 2주 연속 예선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모두 잔디코트에서 열린 대회다.

정현은 윔블던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영국 노팅엄에서 열린 애건오픈에서는 2회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3회전까지 나서지는 못했다. 정현은 단식 1회전에서 알베르트 라모스-비놀라스(57위ㆍ스페인)를 2-0(6-4 7-6)으로 물리쳐 ATP투어 개인통산 세 번째 승리를 거뒀지만 2회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드 마이어에게 0-2(3-6 1-6)로 완패했다.

실제로 잔디코트는 윔블던 대회의 복병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오픈과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열려 선수들은 클레이코트와 잔디코트 사이에서 적응하기 바쁘다. 클레이코트에서는 공이 느리고 높게 튀어 오르는 반면, 잔디코트에서는 공이 빠르고 낮게 튀어 플레잉 스타일이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현에게 윔블던은 승리의 기억이 깃든 곳이다. 정현은 2013년 주니어 남자단식에 출전해 준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정현은 윔블던 16강전에서 주니어 세계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20ㆍ호주)를 제압했고, 8강전에선 보르나 코리치(19ㆍ크로아티아)를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켰다. 정현과 비슷한 나이의 키르기오스(29위)와 코리치(39위)는 현재 남자프로테니스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선수들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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