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동아원 회장 "275억 납부" 前
美 법무부서 자산추적 사실 밝혀져
美 "2750만불 몰수에 도움" 언급도
비자금 단서 발견한 듯… 검찰 "추측"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을 벌이던 검찰이 미국 법무부에 전 전 대통령 자녀뿐만 아니라 사돈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자산에 대한 추적작업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이 회장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다수 제기된 상태였으나 이 회장이 일부 추징금 대납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 측의 추적작업도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외교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법무부는 2013년 미 법무부와 사법공조를 진행하면서 차남 재용씨 등 자녀일가 관련 자산뿐 아니라, 3남 재만씨의 장인인 이 회장의 자산과 관련해서도 추적을 요청했다. 미 법무부는 우리 검찰이 작성한 이 회장에 대한 수사기록 등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자금 흐름 분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3월 미 법무부는 전 전대통령의 차남 재용씨 소유 로스엔젤레스(LA)주택 매각 대금 등 112만 달러에 대한 몰수 절차를 진행해 한국에 송금한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에 대해 언급했다. 한미 수사 공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전씨 일가의 재산 2,750만 달러를 몰수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2,750만 달러는 공교롭게 전 전 대통령의 사돈인 이 회장이 2013년 9월 자진해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일부를 대납하겠다고 밝힌 275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우리 법무부가 2013년 8월 일명 ‘전두환 추징법’ 개정을 계기로 미 법무부에 공조를 요청한 시기 와도 겹친다.
당시 이 회장이 사돈 추징금 대답에 나선 것에 대해 검찰의 동아원 압수수색 등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전방위 압박과 여론 악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추징금에 대한 책임을 나눌 필요가 없는 이 회장이 거금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때문에 미 법무부가 2,750만 달러 상당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됐다고 볼만한 단서를 발견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미 당국이 이 회장의 미국 내 재산에 대한 실사를 본격 추진하자 실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한 이 회장이 먼저 대납 의사를 밝힌 것이란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 법무부가 2,750만 달러 회수에 도움을 줬다는 것과도 의미가 통한다. 이 문제를 담당한 외교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해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미 법무부 발표 이후 우리 검찰이 동아원에 대한 수사에 나서, 지난 4월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점이다. 이 회장은 2011년 동아원의 자사주 매각 과정에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검찰은 동아원 계열사가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등을 구입한 자금의 출처를 확인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한 것은 맞지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 의혹에 대해선 “추측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와이너리 구입 과정 등을) 확인해 달라고 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확인해 주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받았다”며 “이후 그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단계에 있을 때 (이 회장이)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약속한 275억원을 지난해 9월 완납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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