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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찍힌 유승민 되레 부각…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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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찍힌 유승민 되레 부각…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입력
2015.07.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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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집중 공세 속 인지도 올라

여권 차기 대선주자 4위로 껑충

'소신 정치인' 이미지 각인까지

TK선 사퇴 찬성 여론 더 높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부권 정국’이 장기화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로 쏠려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지형은 물론 향후 총선 및 대선의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여권 내분 와중에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확연하게 달라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을 강타할 태풍의 눈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승민 거취 정국’ 거치며 인지도 훌쩍

최근 친박계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유승민 이름값 올리는 데 우리가 일조한 거냐”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박계의 ‘사퇴 공세’가 계속되면서 유 원내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 정국’이 아니라 ‘유승민 거취 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유 원내대표의 위상은 이미 여론조사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원내대표는 6월 넷째주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4위(5.4%)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달 6위에서 한달 만에 두 계단이 상승한 것이다. 조사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발언’ 직전인 23~24일 실시된 걸 감안하면, 거부권 정국의 여론이 반영될 다음 조사에선 지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선 국면도 아닌 상황에서 여당의 대표도 아닌 원내대표의 거취가 집중 관심을 받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특정 정당 원내대표의 행보가 며칠간 연속적으로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며 “이 사건으로 모든 정치인이 얻고 싶어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건 유 원내대표에게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자기정치 한다”는 친박계의 공세는 역설적으로 그에게 ‘소신 정치인’이라는 간판을 달아줬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자신의 신념과 원칙대로 정치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국민들 눈엔 ‘나를 따르라’는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에 ‘맞짱’ 뜬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신 정치인’ 이미지 증명은 큰 과제

물론 유 원내대표가 모두 얻기만 한 건 아니다. 앞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여준 ‘신보수 선언’을 정책으로 증명하려면 원내대표직을 유지해야 하지만 원내대표직은 고사하고 국회의원 자리까지 위태롭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가장 두터운 대구지역의 국회의원”이라며 “지역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와 관련해 전국 여론은 사퇴 반대가 45.8%로, 찬성(31.5%)보다 14.3%포인트 높았으나, 대구ㆍ경북 지역에선 사퇴 찬성이 42.2%로 반대(35.6%)에 앞섰다.

개혁보수로서의 이미지와 거부권 정국에서 확보한 ‘미래권력’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오롯이 유 원내대표의 몫이다.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할 명분이 없다”며 버티고 있지만, 현 상황이 길어지면서 당청 갈등이 극대화할 경우 본인의 입지가 축소될 수도 있다. 1일로 예정된 ‘메르스 추경’ 당정협의 불참을 두고 당 안팎에서 당청 갈등 고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본인의 원칙과 신념을 정책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그것도 거부권 정국의 내홍과 상처의 봉합이라는 당장의 산을 지혜롭게 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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