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상환 만기일인 지난달 30일을 앞두고 채권단의 입장을 상당 폭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채권단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고 치프라스의 수정안을 논의 끝에 거부했지만 그 수정안이 국민투표 이후 양 측의 협상 방향을 가늠할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2일 현재 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 협상안과 치프라스 총리 수정안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크게 연금, 부가가치세(VAT), 국방비 3가지다.
채권단은 그리스 긴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금 지급 삭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최종 협상안에선 저소득 연금생활자를 위한 ‘사회연대보조제도’(EKAS) 보충연금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EKAS 수급자는 현재 20만명에 달한다.
강하게 반발하던 치프라스 총리는 수정안에서 입장을 선회해 2019년 말까지 보충연금을 폐지하는 데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 요구대로 EKAS 수급자 중 소득 상위 20%에 대한 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하라는 채권단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부가가치세 쟁점에서는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안건을 거의 수용했다. 채권단은 부가가치세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조세기반을 확대해 전기요금과 의약품, 호텔 등에도 추가로 부가가치세를 물리라고 요구했다. 치프라스는 이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다만 도서지역에 대해서만 부가세율을 30%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채권단이 국방비 예산 가운데 4억유로를 감축하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는 2016년까지 2억유로, 이듬해에는 4억유로까지 군비 지출을 차례로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농민들에 대해서는 경유 보조금 등 세금 우대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에 수정안을 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영TV 연설에서 긴축 반대를 호소해 그 배경을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1일 수정안 제시 사실이 맞다면서도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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