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64조원 추가자금 필요
협상 결렬 이후 발표… 시점 논란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사태 극복을 위해 추가 자금 지원 및 채무 탕감 필요성을 처음으로 인정, 그리스 채무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떠 올랐다. IMF는 그러나 현 집권정당인 시리자(급진 좌파연합)가 채무탕감 조건으로 내건 개혁조치를 제대로 이행할 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IMF는 2일 그리스 재정 수요에 관한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올 10월부터 2018년 말까지 3년간 519억유로(약 64조7,5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포괄적 부채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중 70%가량이 360억 유로는 유럽연합(EU) 채권단이, 나머지는 IMF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정도의 현금유동성이 확보돼야 그리스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또 올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0%로 하향 조정했다. 이 전망치는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직면하기 전에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IMF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채권단과 그리스간 힘 겨루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이미 작성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이후 발표해 발표시기 선택의 배경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에 담긴 그리스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부채 완화가 불가피하고 ▦채권 기간을 현 20년에서 40년으로 늘려 여유를 줘야 한다는 내용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그간 시종일관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보고서 공개시점을 늦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의 현 집권 좌파연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개혁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IMF의 보고서는 치프라스 정권의 정책 실패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좌파 정권만 아니면 채무 탕감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그리스ㆍ채권단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가디언은 “IMF가 2010년 1차 구제금융 당시 그리스 부채를 완화했더라면 지금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IMF의 판단 실패를 부각했다.
한편 그리스 최대 채권자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3일 그리스에 대한 공식 디폴트를 선언하며 국민투표를 앞둔 그리스를 압박했다. 다만 EFSF는 “즉각적인 부채 상환 요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FSF는 그리스에 1,450억유로 상당을 대출해 줬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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