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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의 매체는 대체] 모든 시민이 기자라면

입력
2015.07.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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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오마이뉴스가 출범했을 당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표어가 화제를 모았다. 물론 이 이야기는 누구나 언론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취직전설이 아니라, 시민들 누구라도 오마이뉴스 사이트를 발판으로 삼는다면 언론 보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달한 매체기술이 가능하게 해준 제작 능력, 선별 능력, 유통 능력이 그런 시민저널리즘의 바탕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굳이 언론의 틀을 부여해주는 그런 조직이 개입되지 않고도 사람들은 한때는 직업적 언론인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수준의 담론 기능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시판 커뮤니티에서 터트리는 소문, 소셜망 서비스에서 펼치는 논변들이 퍼지는 속도와 파급력이 전통적 언론사를 능가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발전 속에서 “기자들이 아니라 기레기다”라는 말도 한층 유행하게 되었다. 언론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비교 범주들이 폭넓게 늘어나다 보니, 직업적 기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한계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 것이다. 기사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든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객관적 사실을 빙자하고는 사실은 자기가 애착을 느끼는 진영에 대한 애착과 적 진영에 대한 증오로 일방적으로 내달린다든지 말이다. 즉각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여러 무리수를 두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두 가지를 합치면 재미있는 내용이 된다. 모든 시민은 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기자는 자칫하면 ‘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시민은 자칫하면 ‘기레기’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자 만큼 뉴스 영향력을 지니게 된 바로 그 만큼씩 스스로 자신이 만들고 퍼트리는 정보와 의견에 대한 신중함을 신경 쓰지 않으면, ‘기레기’는 거울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유언비어 단속을 빙자하여 권위주의적 통제에 나서는 정권이 한심하다 하여, 내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매체 환경에서라면 속보와 단독의 가치가 턱없이 과대평가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뭇 ‘기레기’들이 여전히 거기에 매달리며 엉터리 내용을 양산하는 것을 한심해한다면, 일반 개개인들에게도 일관된 잣대를 둘 수 있다. 모두가 작게나마 언론 기능을 하는 세상에서라면, 모두가 작게나마 자신의 미디어 윤리를 신경 쓸 필요가 있는 세상인 것이다.

언론과 개인을 아우르는 한 가지 통합 원칙을 상기하면 된다. 바로 ‘정보를 접하고 흥분하여 곧바로 뿌려대는 행위를 피하기’다. 정보를 접하면 출처를 확인하고 검색을 하며 사실관계 확인을 해보기가 그렇다. 감정이 즉각적으로 치미는 것은 불가항력이지만 판단은 확인이 끝날 때까지 유보하는 것도 여기 속한다. 흥분하여 나쁜 놈을 찍어 누르기보다 나쁨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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