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량의 방사선이 백혈병 발생 위험을 소폭 증가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국제 공동연구팀이 핵 작업자 82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다. 이에 따르면 방사선 노출이 10mSv(밀리시버트) 늘어날 때마다 백혈병 발생 위험률은 0.002%씩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폭 피해 생존자나 원전 종사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전의 연구를 통해 100mSv 이상 방사선 피폭자들에서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노출량이 이보다 작은 미량에서도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국제연구팀은 선량계 배지(dosimeter badges)를 부착한 미국 영국 프랑스의 핵 산업 근로자 30여 만명을 추적하는 한편, 사망 근로자들의 사인을 분석해 노출량과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 결과, 방사선 노출량이 증가할수록 백혈병 위험이 증가하고, 이같은 상관관계는 지극히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서도 성립함을 밝혔다. 백혈병 이외의 다른 혈액암의 위험률도 방사선 노출량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의학저널 랜싯(Lancet) 최신호에 실렸다.
다만 백혈병 발생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핵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기존 피폭량 가이드라인은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ICR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의 1년 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는 1m㏜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최근 CT 등 의료용 진단장비에서 나오는 방사선 노출에 대한 사람들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핵 작업장 등 방사선을 다루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질병 진단장비의 방사선과 직접 비교는 잘못이라고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입은 모은다.
황정화 순천향대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방사선 작업 종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일반인이나 의료용 방사선과 관련 짓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진단용 방사선은 촬영 부위에만 국한하는 부분 피폭인 반면, 방사능은 고준위인 데다 인체에서 소멸될 때까지 장기간, 전신적 피폭을 남기기 때문에 같은 선량이라도 인체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서연 순천향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도 “불필요한 검사는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검사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성빈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한 번의 CT촬영 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각각의 방사선 노출이 미미할지라도 축적되면 암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며 “최근 저선량, 초저선량 CT검사가 추구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소아나 젊은층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암 발생의 위험 때문에 꼭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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