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P↓ 3년래 최대 낙폭
日ㆍ호주 등 국제금융시장도 하락세
채권국들 해외자금 회수 나서면
남유럽ㆍ아시아로 도미노 여파
그리스 국민들의 긴축 반대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6일, 금융시장이 먼저 문을 연 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차례로 그 충격파가 전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방에 넉다운시킬 강펀치는 아니지만, 그렉시트를 두고 장기가 힘싸움이 펼쳐지는 경우 잔펀치들이 누적되면서 그 여파는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낙폭을 1% 이내로 줄이며 미풍에 그치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해 전 거래일보다 50.48포인트(2.40%) 하락한 2,053.93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2012년 6월4일(-2.80%)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7.25포인트(2.24%) 내린 752.01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도 약세로 돌아서며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상승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2.06% 급락했고, 호주 증시도 1.14% 내렸다. 대만 가권지수는 1.09%, 홍콩 항셍지수는 3.1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어 개장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예상보다 큰 폭은 아니지만 1~2%대 낙폭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크고 작은 충격이 이어지긴 하겠지만, 길게 보면 변동성은 시장이 견딜만한 범위 안에 있을 거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해 보인다. 토러스투자증권은 “그리스 경제에 대한 비중과 위험 노출이 2011년 남유럽 사태에 비해 크게 줄었고 유럽 안에서도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직접 타격은 크지 않아 곧 진정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글로벌 증시에 단기적으로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를 부추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낙관했던 당초 전망이 빗나가면서 외국인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도 “신흥국 증시의 전반적 약세가 예상된다”며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진행되어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150원 내외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그리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은행들이 해외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 도미노 식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는 경우다. 특히 그리스와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며 장기간 국제 금융시장에 악재가 이어지다 결국 그렉시트라는 파국을 맞는 상황이 온다면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렉시트 충격과 동시에 국내 증시가 4.8∼7.6% 급락할 수 있고 5분기가 지나면 16.5~26.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1차 위기보다 충격이 작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렉시트가 유로존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실패를 의미하는 만큼 그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을 열어 “그리스 문제가 미국 금리인상 및 신흥시장 불안과 결부되어 세계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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